첫 요리를 시작한 날
오늘은 B님이 요리를 하는 날이었다. 첫 날 조금 소극적인 인상이 있으셔서 어떨까 했지만 직접 부엌 앞에 서서 이것저것 하면서 재미를 느끼신 듯 했다. 다 만들어진 요리를 찍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내주시는 모습,
사진을 보고 전화 온 누군가에게 “어 이거 내가 한 거지” 하고 별 거 아닌 것처럼 얘기를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른 참여자 A님과도 말을 좀 트게 되시면서 남은 김치찌개를 양보하셨다.
처음의 설렘과 재미가 지나고 나면 또 귀찮아 하실 수도 있지만 누군들 안 그런가? 지금 처음 겪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습을 앞에서 지켜보는 것이 내게도 귀중한 시간이다. 별 일 없이 잘 마무리 되고 자립, 별 거 아니었다는 표정으로 문을 나서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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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주거지원 일기에 대해서
서울시에서는 2022년까지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가족이 있는 재가장애인 분들도 실제로는 가족이 있어도 독립거주를 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지금 제가 참여하는 사업은 이런 재가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부장애인복지관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거지원실험사업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분들은 한 달간 자립체험주택에서 가족, 본가와 떨어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주거코치로서 참여자 분들의 퇴근 후 생활을 함께 하며 식사 준비, 빨래 등 각종 생활 요령을 알려드리고 안전 문제를 확인하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첫 주에는 매일, 그 다음주부터는 격일만 방문하면서 자립 생활에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안을 받아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분들이 이용시설, 집을 벗어나 보다 폭 넓은 관계와 선택지 속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언제나 제가 관심있는 일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생각보다 심심하고, 그런데 어딘가 시트콤스럽고 가끔은 뭉클하기도 한 순간들을 기록하고자 이 일기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