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밀레니얼 대디’인 저의 날입니다

오늘은 ‘밀레니얼 대디’인 저의 날이자 세상 모든 아버지의 날입니다.

by jionechoi

어쩌면 가족과 아무 생각 없이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휴일인 6월의 세 번째 일요일이자 6월 20일인 오늘.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하는 중에 필자에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갑자기 연락해 왔다.


지인은 여러 외국에서의 오랜 이민 생활을 마무리하고 불과 재작년에야 한국에 돌아와 정착을 위해 노력하시는 중이었다.


게다가 귀농까지 하셔서 더 필요하실 도움을 요청하거나 궁금한 질문들을 하실 때마다 전화를 주시는 편이었다.



반갑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덕분에 당신이 잘 정착하고 있다며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쑥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빨리 끊으려 하는 필자에게 지인이 말했다.



“오늘은 아빠의 날이에요. 축하합니다. 원하시는 거 있으면 꼭 하나 말씀하세요. 감사한 마음 담아 전해 드리리다.”



이 말을 시작으로 지인은 미국에서는 엄마의 날과 아빠의 날이 따로 있으며, 비단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 계실 때도 주위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나 특히 첫 부모가 된 지인들이 있다면 그 기념일 날 선물을 하셨다고 전했다.


선물을 꼭 보내 주시겠다고 우기시는 성화에 커피 쿠폰이나 하나 보내달라고 어쩔 수 없이 구걸(?)하고 전화를 끊었다.



머지않아 휴대전화의 메시지 도착 알림 소리가 울렸다.


방금 도착한 메시지에는 모 프랜차이즈에서 커피 2잔과 조각 케이크를 바꿀 수 있는 기프티콘과 함께 다시금 첫 아빠의 날을 축하한다며 SNS로 아기를 보았는데 예쁘더라 던 과찬과 더불어 아기에게도 축하한다. 전해 주시라는 골자의 내용이 있었다.



‘아 맞다, 나 아빠였지 그리고 처음이구나….’



그러고 보니 아들을 맞이하고 아기의 조부모들께 축하인사를 드리며 선물을 전하던 어버이날이 떠올랐다.


지난 어버이날에 부부는 참 고민이 많았었다.


사랑의 결실인 아기가 당신들 덕분에 건강하게 잉태되고 태어났다는 감사의 의미를 선물에 담아 전하기 위해 부단히 도 선물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고민을 거듭했기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웬만하면 앉지 않는 서재의 책상에 앉았다.


어버이날, 엄마의 날, 아빠의 날을 차례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내가 모르던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엄마의 날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어버이날에 대한 어두운 면면과 엄마, 아빠의 날에 대한 정보를 마주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어머니의 날은 5월의 둘째 주인 일요일이며, 아빠의 날은 오늘인 6월의 세 번째 일요일이었다.


원래는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따라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을 구분해서 기념하려고 했으나 어머니의 날을 국가 차원으로 기념하는 입법과정에서 ‘아버지의 날은 어찌할 것’이라는 논란에 휘말려 어정쩡하게 묶여 버린 것이었다.



문득 슬펐다.


다른 나라들은 각자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을 구분해서 기념하고 함께 모여 그 노력에 대한 응원과 아기와 부모를 위한 축하를 해 주는 문화가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그런 문화와 기념일이 없었다.


이제부터 나라도 아기 엄마 엄마의 날을 기념해 주고 축하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출산 후 첫 공식 기념일이던 ‘부부의 날’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아기 엄마에게 고생한다고 사랑한다고 하는 고백과 함께 일명 장미에 돈을 감아 선물하는 돈다발을 선물했었다.


그리고 어느새 맞은 두 번째 기념일인 엄마의 날, 남편의 무지로 넘어간 아기 엄마의 ‘첫 엄마의 날’이 새삼스레 너무나도 미안해졌다.


세상 사람들이 날을 정해 기념하는 것이 다 이유가 있을 진데 다음부터는 꼭 챙기자는 다짐을 하며 아내에게 무언의 사과를 커피 한잔으로 권하기로 했다.



“ 여보, 아기 일어나면 우리 커피 한잔 마시러 갈까요?”


“ 갑자기 웬 커피 얘기예요?”


“ 내가 아빠잖아요. 지인이 오늘이 아빠의 날이라고 감사하게도 커피 쿠폰 선물을 주셨네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세 번째 일요일인 오늘 6월 20일은 아빠의 날이다.


비로소 아기와 더 행복하려 노력하는 ‘밀레니얼 대디’들의 날이기도 하다. 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도 아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양육하고 있을 어린아이 아빠들만이 아니라 오늘은 이 세상 모든 아빠의 날이다.



오늘 오후에는 전화기를 들어야겠다.


나에게도 아버지가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를 떠올리다 보니 세상 모든 아버지의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난 그들의 십 분의 일이라도 수고를 했을까 생각이 들어 아빠의 날을 들먹거리는 것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도 축하를 건네기로 했다. 지난 노력 했던 시간을 추억하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유월의 세 번째 일요일이자 2021년 6월 20일인 오늘, 비로소 아빠의 날에 세상 모든 아버지께 진심을 담은 존경과 감사의 축하인사를 보낸다



“고생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이 글은 오마이 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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