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만 개냥이 아니었어?
“오우, 신입. 언니 소원이에요. 우리 신입 모래에 싸고 좀 덮어주면 안 돼?”
(그릉그릉)
“그래. 우리 신입 건강하기만 해요. 언니가 다 해줄게.”
“신입! 제일 늙은 게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하나? 요뜨를 봐라, 응? 애기들도 다 잘하는구만.”
“원래 새끼가 더 어른 같을 때도 있는 법이지.”
“어후, 내가 저것들 때문에 내 집인데도 내 집 같지 않다. 확 그냥 네 마리 다 세트로 어디 보내고 싶다.”
“엄마, 우리 집 고양이 세 마리야.”
“니까지 말이야, 니!”
백수는 네 마리 맞으니까 뭐 할 말은 없다.
고양이 화장실은 총 4개. 대형 3개, 초대형 1개, 모래는 모두 녹차향 두부모래. 신입이는 모래 위에 뭘 쌀 때 덮지도 않는 고양이였다. 뒤꿈치를 최대한 들어서 모래에 안 닿으려 했고, 모래를 새로 갈아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신입이가 초코 덩어리를 생성하면 집 전체에 구수한 냄새가 났다. 막내 요뜨는 신입이를 지켜보다가 “냐앙!”하고 공격한 다음에 뒤처리를 대신했다. 집사들도 맨 처음에 요뜨가 그냥 무법자로 고양이들을 공격하는 줄 알았지만, 가만히 지켜볼수록 저런 일이 반복되니 요뜨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신입이는 7살이 넘었을 때부터 모래 화장실은 가지도 않았고, 천 종류에 배변 실수를 자주 했다. 전적이 화려하다. 간략하게 써봐도 이렇게 많다.
1. 고양이들이랑 거실에서 같이 잘 때 덮는 이불
이건 뭐 지금도 종종 그렇다.
2. 소파에 올려 둔 베개
고양이들이 소파를 어찌해서 몇 달 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날은 깊은 잠에 빠진 주말 아침 7시였다. 예전에는 소파가 거실 이부자리 머리맡에 있었다. 이부자리가 좁아서 소파에 올린 베개 커버가 미끄러운 소재인데, 머리 위에서 쓱-쓱- 발톱 소리가 나서 반쯤 깼다. 살짝 올려다보니 신입이가 이미 자리를 잡고 폭포를 생성했다. 흡수가 잘 안 되는 재질인 만큼 내 얼굴에 많이 튀었다. 아, 그때 아침부터 맞은 날벼락을 회상하면… 지금도 바디스크럽으로 벅벅 씻고 싶어 진다.
3. 싱크대 밑에 떨어진 물기를 닦기 위해 바닥에 접어 둔 수건
이때 엄마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며칠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바닥 청소 중이라 패드를 잠깐 안 깔았더니, 엄마가 무심코 깔아놓은 싱크대 밑 수건에 흔적을 남겼다. 엄마가 수건을 세탁실 바가지에 던지고 역대급으로 혼냈다.
“신입! 이 할매가 노망 났나! 카아아악, 마!”
“어, 어, 엄마! 내가 청소한다고 못 깔았다. 이건 내 잘못이야.”
“XXXX! 저 화장실은 장식이가! 처음부터 모래에 얌전히 쌌으면 된 거 아이가! 모래도 사야 되고, 쟈 때문에 패드도 따로 사고! 돈 까먹는 기계!”
“우웅, 신입. 언니가 미안해. 이건 집사 잘못이야. 많이 놀랐지? 그래도 앞으로 패드 없으면 모래에 싸줘.”
“어이! 내만 나쁜 사람이가!”
조용한 엄마가 큰소리를 계속 내니까 안방에 있던 아빠가 깜짝 놀랐다.
“ㅇ여사~ 와 그라는데?”
“몰라! 할망구가 집 다 어지럽힌다! 아으으!”
“으음~ 신입, 니 계속 그럴 거가? 밖에 길고양이들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방생할까?”
“엄마아~ 고양이도 눈치껏 다 알아들어. 이제 안 하겠지. 내가 닦을게. 그만해.”
“니는 저 짐덩이들 좋아서 하지만 나는 싫다!”
4. 씻고 나오면 입으려고 욕실 앞에 둔 바지
바지를 허벅지까지 올렸는데, 뭐가 축축해서 냄새를 맡아보니 신입이의 오렌지주스였다. 사람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특유의 냄새가 있다. 나무에 식초 뿌려서 숙성시킨 냄새? 모르고 끝까지 올려 입었으면 요로감염됐을 것이다. 으악!
5. 에어컨 배관
고양이 배변 담당 필명25가 모래 청소할 때, 배변 자세를 잡길래 바로 말려서 방뇨 미수에 그쳤다. 심지어 에어컨 바꾼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음, 아마 그때 내가 말리지 못했으면… 엄마가 나랑 고양이들을 세트로 정말 쫓아냈을 수도?
당연하게도 배변패드는 고양이가 쓰면 모래 화장실보다 더러울 수밖에 없다. 단지 이불에 계속 실수를 하는 것보단 나으니 어쩔 수 없이 쓸 뿐이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배변할 자리를 발톱으로 긁기 때문에 패드가 찢어진다.
신입이는 청개구리다. 모래 위에는 발톱질을 안 하지만, 패드에는 싸기 전후로 엄청 긁는다. 두꺼운 패드도 써봤지만 고양이가 헤집으면 다 찢어진다.
2. 찢어진 틈이나 가장자리 날개로부터 흡수되지 못한 오렌지주스가 바닥에 샌다.
특히 여성 독자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생리대 역류하는 것처럼… 고양이한테 센터에 맞춰서 싸라고 교육할 수도 없다.
3. 1번 상황처럼 앉을자리를 만들다가 가끔 아예 뒷면으로 싼다.
뒷면은 바로 방수포밖에 없으니 흡수도 안 되고, 그렇다고 접어서 봉지에 담으려 시도하면, 어, 음, 수습할 수 없는 샤오룽바오가 된다. 이런 상황은 그냥 포기하고 휴지를 왕창 쓸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알코올과 물티슈로 바닥 틈까지 한참 닦아야 시큼한 냄새가 사라진다.
4. 엉덩이 털에 묻어서 바닥에 뚝- 뚝- 떨어진다.
모래는 밑에 쌓인 만큼 흡수되지만, 패드는 솜이 옆으로 펼쳐져 있으니, 애가 엉덩이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으면 흰털이 노란색으로 염색된다. 이건 정말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라 난감하다. “패드에 쌀 때는 꼭 엉덩이를 바짝 들어야 돼.”라고 매번 알려주긴 하지만… 보다 못한 집사가 타이밍을 보고 직접 휴지로 닦아주는데, 이젠 그 느낌도 싫은지 뒷발을 타다다다닥- 털어서 사방으로 튄다. 가끔 노란 털을 달고 내 이부자리에서 그루밍하는데 결과는 뭐, 여전히 이불빨래다. 건조기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5. 초코 덩어리가 바닥에 도토리처럼 떨어져 있다.
집사가 깨어 있는 시간에 신입이가 패드를 건드리면 바로 출동하지만, 자고 있을 때는 어쩔 수 없다. 센터를 못 맞추거나, 센터는 맞췄는데 삽질 때문에 초코가 새총 쏘듯이 날아간다거나. 하… 손에 비닐 뒤집어서 하나하나 주워 담는 수밖에. 그리고 물티슈와 손소독제로 한참 닦는다. 고양이 배변 냄새는 맡는 순간, “아, 역시 짐승은 자연에서 살아야 되는데, 가정집은 절대 아닌 듯.”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렇게 그루밍해도 신입이의 꼬순내를 맡으면 시큼한 냄새밖에 안 난다.
언젠가는 배변패드 그것쯤이야 얼마든지 치울 테니 신입이를 다시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거다. 집사가 자려고 눕자마자 배변패드 긁는 요물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어차피 내가 키우기로 한 거 잘 키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