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임신
우리 집 고양이는 총 세 마리! 첫째가 엄마냥, 둘째가 엄마냥을 닮은 아들냥, 막내가 아빠냥을 닮은 아들냥.
아빠냥이 누구냐면… 그것은 우리 첫째 신입이의 사생활이 곤란해지는 질문이다. 허허. 신입이가 부모님 회사 마당냥이로 살던 시절 밖에서 연애하다가 임신을 했었다. 쌔끼. 집사도 못하는 연애를 감히!
5년 전, 평소처럼 현장 선반 위에 올라앉은 신입이를 예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은 직감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벽 뒤에 숨은 생명체는 지금 우리 막내보다 훨씬 수컷스럽게 생긴 네모네모 고양이였다. 네가 우리 사위가 될 상이냐?
신입이가 정착하고 여러 집사들이 살펴봤는데, ‘야아아아아옹~ 야야야옹’하는 발정기 울음소리를 계속 냈었다. 아마 발정기가 와서 가정집에서 울음소리를 계속 내니 버려진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이렇게 예쁜 신입이를 버리다니…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
신입이는 둘째와 막내를 낳기 전까지 주말 내내 현장에 홀로 있었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에 집사들이 출근하면 더 안기고 외로웠다고 많은 표현을 했었다. 그래서 신입이가 아이를 낳고 옆에 두는 것이 훨씬 나았다.
신입이의 첫 출산은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현장 직원분들이 살짝 다쳤을 때를 대비해서 약품은 항상 있었다. 거기다 내가 신입이의 출산을 위해 톱니로 고정 가능한 겸자(가위처럼 생긴 일종의 집게)까지 준비해놨기 때문에 부족함은 없었다. 단지 그날은 평일이라 나는 학교에 있었고, 다른 집사들도 일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한 집사가 일하다가 현장 어느 구석에 태막조차 벗겨지지 않은 채로 홀로 남겨진 새끼 한 마리를 발견했었다. 이미 질식해서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신입이는 집사들이 일하는 중간중간 열심히 찾아봤지만, 꼭꼭 숨어서 어디 있는지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하교 후 폰을 받아서 엄마한테 소식을 듣자마자 신입이가 걱정되어 달려갔다. 다음날이 주말이 아니라 굉장히 피곤할 예정이었어도, 신입이를 찾아서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도착해서 현장과 건물 주변을 아무리 돌아다니고 이름을 불러도 신입이는 나오지 않았다.
퇴근시간이 다가올수록 신입이가 혹시 큰일이 생기진 않았을까 초조해졌다. 그러던 중, 다른 직원분들이 먼저 퇴근하려 현장 불을 끈 순간, 아빠가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신입이를 찾았다. 나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신입이는 코로 숨을 훅훅- 하며 많이 놀라 있었고, 배는 홀쭉했다. 엄마는 나를 힘들게 낳은 경험이 있으니 신입이에게 많은 공감을 했다.
“아기는 안타깝지만… 그래도 낳는다고 욕봤으니, 저저, 수프 하나 뜯어줘라. 미역국 대신. 신입 고생했다.”
신입이의 몸보신을 위해 여러 습식 사료를 준비해뒀다. 그릇에 담아 주니 당장 먹지는 않았다. 우리 가족은 한동안 신입이를 위로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퇴근했다.(새끼의 사체는 파지로 돌돌 감싸서 보내주었다. 동물 사체는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신입, 언니가 학교에 있어서 못 도와줬지. 미안해. 많이 놀랐지?”
“신입, 이제 푹 쉬라. 아저씨 갈게.”
몇 달 뒤, 신입이가 다시 임신을 하고 둘째와 막내를 낳았다. 첫 출산은 실패했지만, 두 번째는 어떻게 태막을 잘 벗겼다. 부모님과 같이 출근해서 신입이를 찾고 있었다. 그때 ‘물건 못 버리는 엄마, 정리하자는 딸’ 글에서 내가 ‘ㅇㅇ삼촌’이라고 부르는 분이 신입이가 새끼를 낳아서 여기 같이 있다고 알려주셨다.(ㅇㅇ삼촌은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셨는데, 그 아이가 장수하고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래서 동물의 마음을 잘 아신다.)
신입이가 출산 박스는 제쳐두고 출산 장소로 택한 곳은 집사들이 있는 줄도 몰랐던 현장 어디 구덩이였다. 위치를 보니, 첫 새끼가 죽어있던 곳에서 몇 걸음만 들어가면 있는 곳이었다. 아마 첫 출산 때 거기로 가려다 실패했나 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ㅇㅇ삼촌이 손으로 가리키는 구덩이를 내려다봤더니, 세상에… 꼬물이 네 마리가 눈도 못 뜨고 신입이의 젖을 물고 있었다! 두 마리는 신입이를, 두 마리는 네모네모 수컷을 닮았다. 태어난 지 좀 되었는지 털은 뽀송뽀송하게 말라 있었다. 핡… 귀여워.
모유를 먹어 빵빵한 배를 펼쳐 바로 누운 한 마리의 배를 살살 만져봤다. 몽글몽글 극세사 담요에 뜨끈한 순두부를 가득 채운 촉감 핡
첫 출산의 아픔이 있었지만, 두 번째는 혼자서 잘 해결한 신입이가 대견했다. 집사들은 신입이의 수유에 도움되도록 고양이 음식은 종류별로 다 갖다 바쳤다. 습식 사료, 간식용 수프, 고양이 과자 비슷한 거, 챠오 츄르, 북어 트릿(지금도 신입이의 최애 음식이지만, 집에서 주면 냄새가 많이 나서 엄마 집사가 싫어한다.)… 그리고 신입이가 밥을 먹으러 간 사이 잠시 아기들을 박스에 옮기고, 그 구덩이 바닥이 불편하지 않도록 푹신한 것들을 깔아줬다.
아무튼 생후 두 달쯤 되었을 때, 여차저차 해서 신입이가 상실감을 안 느끼게 해 주려 최소한의 분양 후 두 마리는 남겼다. 그래도 처음 한 달간 신입이는 분양 간 새끼들을 찾으러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계속 돌아다녔다. 다섯 마리나 다 키울 수 없는 우리 가족의 사정 때문에 어미와 새끼를 갈라놓았다는 죄책감은 아직도 갖고 있다. 그래서 더 아낌없이 신입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고 싶다. 부모가 되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초냥권’과 집사 필명25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 얼굴을 되도록 안 올리려 했으나, 찹쌀떡 같은 얼굴이 너무 귀여운 나머지 참지 못했습니다ㅠㅠ 행운의 삼색이 신입이! 독자분들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