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기들은 유튜브로 세상을 배우는구나
돌봄 교실 시간이 삼촌 퇴근까지는 애매해서 결국 사촌동생을 주 5일 체육관에 보내게 되었다. 체육관 입단할 때 써야 하는 인적사항에 장래희망 칸이 있었다.
“ㅇㅇ, 꿈이 뭐야? 여기 장래희망 써야 돼.”
“건물주!”
“뭐? 하하하! 건물주? 네가 그런 단어를 어떻게 알아?”
“건물주 하면 안 돼요?”
“되긴 되는데… 어… 어디서 봤어?”
나는 방에 있다가 아기 목소리로 ‘건물주!’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거실로 나갔다.
“어? ㅇㅇ, 진짜 꿈이 건물주야?”
“네! ~~(유튜브 채널 이름)에서 봤어요!”
참고로 이 동생은 유튜브로 존댓말을 배워서 나한테도 존댓말을 쓴다. 삼촌이 누나한테는 존댓말 하면 거리감 느껴지니까 반말해도 된다고 했는데, 나이차가 많이 나서 잘 안 나오나 보다.
“무슨 영상인지 누나도 보여줘. 어떤 장면이야?”
성인들이 미취학아동~초등학생을 재미있게 연기하는 유튜브 채널이었는데, 거기서 건물주는 돈이 많고 엄청 좋은 걸로 묘사되어 있어, 동생이 건물주 자체를 동경하게 되었나 보더라. 건물주가 좋은 건 팩트, 나도 건물주 하고 싶은 것도 팩트. 하지만 이렇게 동생이 커가는 걸 보니, 아기들은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24시간 조심조심 키워야 함을 실감했다.
“아~ 여기서 건물주가 좋은 거라고 했어?”
“네!”
“그래. 하고 싶은 거 열심히 해서 꼭 건물주 돼라.”
“ㅇㅇ, 건물주 되면 아빠는 건물 관리인 시켜줘. 알았지?”
“네, 아빠.”
“와, 요즘 아기들도 건물주, 공무원, 대기업 다 안다더니. 진짜였구나…”
“요즘 애들 빠르다니까? 나도 깜짝깜짝 놀라.”
사촌동생아, 너 덕분에 내 아기가 생기기도 전에 많은 걸 배운다. 꼭 하고 싶은 걸 다 이루길 바라! (진짜 건물주 됐을 때, 누나를 잊지 않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