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학원 고르기
사촌동생 혼자 돌봄 교실에서 7시까지 있기는 무리일 것 같아서 삼촌과 같이 학원을 고르고 있었다.
“아, 이거 어떻게 알아봐야 되냐… 너는 무슨 학원이 좋을 것 같아?”
“수학이랑 영어는 원래 많이 다니고, 내가 중학교 들어갔을 쯤부터 국어랑 과학 학원에 많이 가기 시작했지.“
“수학이랑 영어는 방과후 보내고 있잖아.”
“얘가 가는 건 주산이잖아.”
“주산이랑 수학이 똑같지 않나? 과학? 과학도 일찍 보내야 되나?”
”뭐든지 해놓으면 좋지. 그전까지 과학 학원은 영재고/과학고 보낼 애들만 다니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나 때부터 많이 다니더라. 나는 원래 문과였으니까 같은 반이었던 고등학교 친구들도 다 문과였는데, 다들 과학 학원 많이 갔어. 이과인 애들은 당연히 많이 갔고. 문과라도 내신에 1학년 통합과학은 꼭 들어가니까, 미리 1년 치 끝내놓고 학기 중에 시간 번다고. 특히 화학은 일찍 배우면 좋지. 내가 해보니까 어렵더라. 나도 했으면 좋았을 걸.”
“그렇다고? 그럼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되는 거야… 요즘 학원 하나 한달에 얼마나 할까?”
“기본 30만 원 아닐까?”
“30??? 아니 무슨 이렇게 쪼마난 애 학원 한 번 보내는데 30인데?”
“삼촌! 요즘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30이면 괜찮지.”
“야, 30이면 거의 내 월급의 10% 정돈데, 나 혼자 벌어서 어떻게 30만 원씩 하는 학원 여러 개 돌리냐? 맨날 보내는 학원은 아닐 거잖아?”
“체육관 아니고 공부하는 학원이면 거의 주 2회겠지? 많아도 3회? 그래서 엄마들이 학원끼리 시간 잘 맞물리게 스케줄 짜잖아. 월요일이랑 수요일에는 어디 가고, 화요일이랑 목요일에는 또 어디 가고…”
“야, 그러면 원래 1학년이 1시에 끝나고 내가 7시에 집 도착하는데, 주 5일 하루에 6시간 동안 학원에 있으려면 5~6개는 보내야 되는 거야? 돌봄 교실 다녀도 학원 2~3개는 가야 되고? 내가 엄청 많이 버는 편도 아닌데… 돈 벌어서 학원비로 다 나가겠어.”
“뭐 어떡하겠어… 일하는 동안 애를 혼자 둘 수가 없는데… 나 학생 때는 어머니들이 퇴근하시면서 애들 태우고 과외선생님 계신 동네까지 운전해서 수업 듣게 했는데? 전 과목 과외 붙이거나, 똑같은 과목인데 학원 다니면서 과외 다니거나 많아. 뭐… 효과 있으니까 다들 그렇게 하지.”
“야! 그렇게 안 해도 될 애는 돼! 그거 다 헛빵이야.”
“내 애가 될 앤지 안 될 앤지 아는 방법은 일단 시켜보는 거 아니겠어? 될 애가 좀 더 수월하게 되고, 안 될 애가 되게 만드는 게 환경의 힘이지. 삼촌도 애 고등학교 보내봐. 내가 고등학교 다녀보니까 그렇더라. 영유나 유학이나… 나만 국내파야.”
“너네 학교는 부촌에서 온 애들이 많아서 그게 일반적으로 보이는 거고.”
“있는 집은 아버지 해외근무 겸 유학시키고, 짧으면 어학연수라도, 없어도 없는 대로 빚내서 교육시켜요. 그런 거 보면 우리 엄마는 내가 가성비 좋았지. 인강 패스만 끊었으니까.”
“니 정도는 다들 하지 않나?”
“그래? 그렇다 쳐도 엄마는 나한테 교육비가 거의 안 들었잖아. 남들 월 몇 백씩 긁을 때.”
“그러니까 애들이 수업들을 때 졸잖아. 돈 아깝게.”
“학원은 공부하는 목적도 있지만, 일종의 커뮤니티야. 자기들끼리 잘 어울리려면 본인 성적이 좋아야 되니까 안 졸고 열심히 하는 애도 많아.”
“다 헛빵이야.”
“삼촌 생각이 그렇다는데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근데 나는 내가 그렇게 안 컸는데도, 내 애를 낳으면 그렇게 할 것 같아. 근데 삼촌은 내가 여기 안 왔으면 혼자 어떻게 하려고 했어?”
“아니, 돌봄이 7시까지 되는 줄 알았지.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닌 걸 알았잖아.”
“이제 어떡하려고? 내가 여기 계속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주 5일 되는 체육관이나 하나 보내야지. 공부 잘하는 것보다 사람 되는 게 먼저야.”
“애들은 나쁜 환경만 없으면 어떻게 하든 자연스럽게 인간적으로 커. 내 친구들을 봐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 좋은 말만 듣고 자라서 성격도 좋아. 요즘은 집안도 좋고, 예쁘고 잘생긴 애들이 공부까지 잘해. 예체능도 안 빠지고, 키도 커. 모난 데가 없다니까? 엄마 아빠가 그만큼 신경 쓸 여유가 있다는 거거든.”
“공부만 시켜서 성격 이상해진 거 뉴스에 많이 나오잖아.”
“그건 극히 일부고. 내 친구들은 다 예쁘고 착해. 공부 잘하는 애랑 예쁜 애랑 교집합이 더 많다니까? 요즘 세대는 우월한 유전자랑 환경만 골라서 물려받은 애들이 많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세대를 거듭한 종자 개량이랄까?”
“아니야. 사람 되는 게 먼저야.”
“애들 다 착하다니까? 공부하는 습관도 정신 수양이야. 연예인처럼 생긴 애들이 공부도 잘해.”
“나는 쟤가 힘들 것 같은데. 나도 수업 들을 때 너무 지루해서 언제 끝나나 시계만 계속 확인했거든.”
“막상 거기에 넣어놓으면 다들 나처럼 크나보다 하고 알아서 해. 더 이상 못 하겠으면 그동안 해놓은 걸로 고등학교 가서 편하게 살더라. 특히 제2외국어 쪽이 그래.”
“그렇게 하면 다 대학 잘 가나?”
“스카이 서성한 많이 가고, 재수하는 애들도 있지.”
“거 봐. 재수하잖아.”
“의치한 가려고 다들 해. 요즘 재수는 다르지. 공부 잘하는 애들이 재수 많이 해. 그렇게 안 시켰으면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재수할 생각도 안 하고, 아무 데나 가서 생각 없이 놀겠지. 다른 쪽에 재능이 있으면 몰라도, 예체능에 비하면 공부가 제일 가성비 좋아. 매년 몇십 만 명씩 그 시장에 뛰어드니까 프리패스가 싸잖아.”
“하긴 우리 때는 학생 수가 많아서 어디든 들어갈라 했다만, 요즘은 눈이 높아서 골라 들어가려고 그런다더라. 근데 우리 때는 지금 애들이 안 가려고 하는 대학의 비주류 과들도 경쟁률이 3:1, 5:1 이랬어.”
“지금은 완전 양극화지. 학교 다닐 때 보면, 메디컬 가는 극극상위권은 자본력으로 어릴 때부터 다져진 다재다능이 있어. 확실히 성골 진골이야.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화이트컬러 해야지.”
“화이트칼라, 블루칼라가 뭐가 중요하냐? 우리 동창회 가면 회장이 누굴 것 같아? 경찰청 간부 친구? 서울대 나온 친구? 아니. 학교 다닐 때 맨날 놀다가 공사 현장 장비 대여해 주는 애야. 돈 많으면 떵떵거리고 살아. 지금 다 친구일 것 같지? 다 경쟁이야. 걔가 돈 제일 많으니까 ”
“그렇게 경쟁의식만 그득그득하면 열등감만 생겨. 이상을 낮출 바에는 현실을 높여야지. 자기 계발이 최고의 투자야. 그래서 공부해본 사람이든 안 해본 사람이든 자식 교육에 돈 쏟아붓는 거고. 나는 현우진쌤 말을 믿어. 주변을 보면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 ‘나도 한 번 졸아볼까?’ 줏대 없이 흔들리기보다 본인한테 집중하는 게 중요해.”
“나는 현우진 정승제 모르는 줄 아나? 그 사람들은 성공했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럼 성공한 사람들이 그런 말하지, 실패한 사람들이 그런 말해? 학생들도 성공한 사람들 말을 믿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