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이 두려운 사회 : 我是他非(아시타비)
‘이제 이러다가 스태그플레이션? 그거 오는 거 아니야?’
어떤 지식을 근거 삼아 썼지만 확신을 하지 못해서 ‘?’를 문장의 끝이 아닌 곳에 붙인 경우 많이 보셨죠? 독자분들 중에 저처럼 인터넷에 댓글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친구와 카톡을 할 때 저렇게 쓴 적 많지 않나요? 내가 쓴 정보가 틀려서 누군가가 답글로 비난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를 쓴 것이겠죠. 어떤 사람들은 댓글을 열심히 썼지만 막상 올리면 누군가의 반박 자체도 짜증 나고, 거기에 나도 에너지 쓰려니까 피곤해서 혼자 생각만 하고 글을 지운다죠. 한 발짝만 물러서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이던 밈 몇 개만 보실까요?
‘누칼협?(누가 칼 들고 ~~하라고 협박했어?)’
‘네가 선택한 ~~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반박 시 네 말 맞음’
왜 제가 이 밈을 들고 왔을지, 이렇게 붙여 놓고 보니 짐작이 가실 겁니다. 저는 사람들이 비난의 방지턱으로 ‘?’를 써가면서 간단하게 남긴 댓글에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지만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댓글창은 학자들의 지식 토론장이 아니니까요. 나는 쉴 때 재밌는 영상이 보고 싶어서 유튜브를 켜고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뭐 하나라도 틀렸으면 이런저런 피곤한 답글이 바로 달리니 ‘?’로 암묵적인 신호를 주는 것이 아닐까요? 어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무슨 말만 하면 허점을 찾으려 하죠.
‘사실은 A가 아니라 B이다. 너는 틀렸다.’
‘맞춤법이 그게 무엇이냐. ‘됬’이 아니라 ‘됐’이다’
‘싫은데? 마춤뻡! 외않해!’
‘그런 집단들이 다 그렇지 않아. 내가 아는 사람은 안 그렇던데?’
이런 반박에 대한 반박으로는
‘네가 인터넷에만 사니까 일부만 봐서 그런 것 아니냐. 일반적으로는 그 집단들 원문에 나온 것처럼 한다.’
이러니 ‘?’를 방어막으로 쓸만합니다. 여기서 ‘?’를 조금만 더 자세한 문장으로 의미를 확장시키면 이렇겠죠.
‘이거 내 생각이고 내가 쓴 단어 틀렸을 수도 있으니까 답글로 반박하려 들지 마세요. 맞춤법도 안 고쳐주셔도 됩니다.’
2020년 교수 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발표한 我是他非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
누군가가 쓴 댓글이 악플이 아니라면, 본인 생각과 다르거나 맞춤법이 약간 틀렸어도 너그럽게 인정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 글도 제 생각일 뿐입니다. 이 글마저 반박하고 싶은 분들은 당신 말 제가 인정하니 굳이 안 알려 주셔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