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NCT-regular 멤버 해찬이 부르는 가사
학생들도 명품을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시대별로 유행하는 사치품들이 꽤 많죠. 저보다 조금 앞선 90년대생들이 중학생~고등학생일 때는 노스페이스 패딩의 계급표가 인터넷에 떠돌았고, 마침 스마트폰 전성기가 열려 학부모님들의 부담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중되었습니다.
저는 조금 후에 학창 시절을 겪은 00년대생인데요. 생활 물가만 인플레이션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도 학부모 상담기간에 학교에 와보시곤 너무 놀라셔서 갑자기 저한테
‘지나가는 애들 신발부터 다르더라. 복도에 놓인 신발장에도 브랜드 종류나 색깔을 보니 여기가 명품관인 줄 알았다. 엄마랑 아빠는 이런 문화가 있는지 몰랐어. 우리는 네가 경제관념이 생기는 과정에 방해되지 않도록 안 사줬는데, 이참에 너한테도 하나 사줄게. 주말에 백화점 가자.’
저는 입학할 때 백팩, 지갑, 등 필요한 것은 이미 샀으니까 신발(원래 이지부스트 신어서 그렇게 형편이 안 좋게 보이는 것은 아니었어요.)까지는 별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학교 다녀오셔서 계속 신경 쓰이셨나 봅니다. 그래서 그때 여러 가지를 사주셨는데, 이상하게 같은 반 애들이 저를 대할 때 달라지는 걸 느끼긴 했어요. 졸업한 지금도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연차 높으신 남자 선생님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제 자리가 둘째 줄 정도였는데 뒤에 앉은 남자애들이 ‘쟤 ㅇㅇ 신었다.’라고 웅성대다가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다가 놀라셔서 ‘예? 뒤에 무슨 일 있습니까?’라고 하셨어요. 쉬는 시간이 되고 몇몇 남자애들과 그리고 그들과 친한 여자애들이 갑자기 저한테 어른이 생각하면 실례라고 볼 수 있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저도 친한 친구랑만 놀고 소심한 성격이라 인사만 하던 다른 애들이 갑자기 우르르 말을 걸어서 당황했을 뿐, 실례되는 질문을 받아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이거 어디서 샀어? 얼마야?”
“어, 어? 그냥 백화점… 나도 잘 모르겠어.”
“부모님 직업이 뭐야?”
“그건 좀 말하기 그런데… 왜 물어보는 거야?”
“에이, 회사 이름 정도는 괜찮잖아. 알려줘어.”
“그냥 다 같이 자영업 하셔.”
“집은 어디야?”
“얘랑 같은 학교 나왔어. 같은 동이야.”
그다음에는 본인들끼리 가격을 대략 더해서 총얼마인지 계산하더라고요.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일입니다. 저도 직접 겪기 전까지는 이렇게 주변이 달라질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특히 의류 외에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이 갑자기 많이 소비하게 된 것이 있죠. ‘아이패드’입니다. 학교에서 폰은 걷어 가는데, 아이패드는 쓰게 하는 기이한 현상입니다.(교칙별로 조금씩 편차가 있겠지만요.) 제가 고1이던 2019년에는 긴급한 사유가 아닌 이상, 야자 시간에도 인강 들으려고 한다면 절대 폰을 주지 않았습니다. 아이패드나 노트북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요. 중간고사 끝나고 3주간 수행평가 기간에는 보고서 쓰고 PPT 만드는 수행평가가 있어서 잠깐 예외였죠.
근데 고2 때 아이패드를 쓰는 애들이 조금씩 생기더니, 고3 때는 반에서 저만 아이패드를 안 쓰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가끔 수업시간에 전자기기가 필요하다고 선생님께서 반장한테 교무실 가서 폰 가방을 가져오라고 얘기하십니다. 반장이 가져오면 선생님께서 ‘필요한 사람 가져가라.’라고 하니 저만 교탁 앞에 나가서 가져가더라고요. 옆반에도 패드 안 쓰는 애들이 몇몇 있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수시 원서 접수 기간에 자기소개서 때문에 수업이 중단되니 저도 어쩔 수 없이 9월 전에 노트북을 샀는데요.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동시에 쓰는 학생도 꽤 많았어요. 노트북으로는 수행평가 자료 만들고, 아이패드로는 교재 보면서 필기하는 루틴으로요. 아이패드 없는 학생 입장에서는 이러면 폰은 왜 걷는지 몰랐습니다. 아이패드 없는 학생은 수업시간에 폰이 필요한 수행평가를 할 때 매번 교무실에 가는 게 너무 번거로웠습니다.
고2 때는 수업 진도를 종이책으로 나오는 여러 부교재로 나가지만, 고3 때는 수능특강/수능완성 교재로만 수업하고 EBS에서 직접 원본을 PDF 파일로 제공하니 그게 용이하긴 합니다. 수능특강이 선택과목별로 있고 하나당 무게도 상당하니까요. 국어 3권, 수학 3권, 영어 3권(듣기 책은 잘 안 보긴 해도 학교에서 아침 듣기 한다고 준비하라는 경우가 있어요.), 한국사 1권, 탐구과목 2권, 어쩌다 제2외국어/한문이 있으면 1권(이유는 모르겠는데, 이것만 다른 수능 특강이랑 규격이 다르더라고요.)이죠. 적게 잡아도 10권인데 저도 집에서 더 복습하려면 옮기기 불편했어요.
서로 학교에서 ‘나 이번에 아이패드 무슨 시리즈 샀다.’, ‘필기 어플로 시간표 만들었는데 볼래?’, ‘점심시간에 직캠 보자.’라는 재미가 있는 것은 인정합니다. 능력이 된다면 공부하는데 도움 되는 물품이니 얼마든지 사도 좋죠.
제가 졸업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여전히 학교에서 그런 풍습이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제가 왜 고등학생 때 부모님이 사주시는 고가의 물품만 잠깐 쓰고 말았는지 지극히 개인적으로 살짝 끄적여 볼게요. 부모님을 통해 ‘부자 중에서 부자’인 분들을 곁에서 뵌 경험이 있는데요. 그분들이 정말 자연스럽게 명품을 입고 계신 모습을 보니, 제가 입을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가격이 아니라 천부적으로 보이는 ‘부자 아우라’ 그 자체 때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 브랜드에 어울리게 태어나신 건 아닌가 하는 아우라 때문에 저는 그냥 살기로 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부동산 몇 채를 살만큼 돈이 계속 들어와.’
제가 돈 복사기 단계에 올라갈 때까지 무리해서 사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학생인 내가 구할 수 있는 명품은 진짜 명품이 아니지 않을까? 이걸 모아서 레버리지 효과로 자산가가 되고 나서 생각하자!’라고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하니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야지!’하고 생산적인 사람으로 가는 단계를 이미 밟고 있더라고요.
내 몸에 뭘 걸쳤고, 뭘 찼고, 뭘 신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물건을 ‘그냥 옷은 옷일 뿐이야. 비싸도 신발은 신발일 뿐이지.’이라고 대할 수 있는지, 자기 객관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본인이 일개 옷이나 가방으로 대할 수 있는 가격 이상의 물건을 어떻게 마련했다고 해도, 비싸다고 과도하게 본인 신체보다 애지중지하는 것은 오히려 안 좋아 보여서요. 자기만족이라면 상관없지만, 무리해서 거울 자아를 진짜 본인의 자아로 인식하는 것은… 저는 굳이 하고 싶지 않아요.
이 글의 제목인 해찬님의 파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I'm so clean so fresh
조명 비춰 터뜨려 flash
Diamonds on my neck
보다 내가 빛나게
연예인들 시상식 레드카펫 사진이 올라오면 이런 댓글이 달립니다.
‘예쁜 얼굴에 시선이 뺏겨서 주얼리 협찬인지도 몰랐어. 저 목걸이 언제부터 있었냐. 나만 못 봤어?’
외적인 이유를 드는 것이 아니라, ‘내 목에 걸린 다이아가 다른 사람들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스스로 빛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