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서 데자뷰~
수능 응시 원서를 넣은 지 약 3달 만에 모교에 가서 수험표를 받아 왔습니다.
학부모 차량 통제 때문에 생활지도부 선생님들과 3학년 담당 선생님들이 추운 날씨에 밖에 서계셨는데요. 아직도 몇몇 선생님들께서 제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계셔서 놀랐어요.
졸업생(N수생) 담당 선생님은 건너편 차에서 제가 내리는 것을 보고
“ㅇㅇ이? ㅇㅇㅇ맞죠? ㅇㅇ고네요. 시험 화이팅!”
얼굴을 바로 알아보시고, 미리 제 수험표를 고르셨더라고요.
사실 N수가 좋은 일로 간다고 보기 애매해서 가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좀 받았습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작년에는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의미도 있기 때문이죠. 혼자 부끄러워하면서 수험표만 받고 후다닥 나오려고 며칠 전부터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렸죠. 그래서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수능 원서 접수증’과 ‘주민등록증’을 미리 손에 쥐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 정도로 반갑게 맞아주시니 감동받아서 저도 마음이 열렸습니다.
“보자, 어디 시험장 걸렸니?”
“아, 너 이과야?”
“너 여기 어딘지 아니? 아, 모르는구나. 부모님이 태워주시나? 그럼 내비 치면 된다. 내일 선생님도 여기 감독 간다. 내일 보자~”
“어? 오랜만이네. 시험 잘 쳐라.”
그래서 저도 오랜만에 인사드리고 웃으며 나올 수 있었어요.
여러분도 주변에 수험생이 있으시다면 따뜻하게 인사 한 번이라도 해주세요. 성적을 범죄자 취조하듯이 캐묻기보다는(본인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저 ‘안녕! 잘 지냈니?’ 인사 한 마디, 그게 수험생에게 심리적 부담 없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수능 선물입니다.
혹시나 본인이 저와 같은 수험생이시라면!
만나서 반갑고, 바쁜 와중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같은 시험장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N수생이라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이 세상의 모든 객관적인 지표가 나를 부정하는 것만 같아도, 내가 나를 알고, 나만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저는 18일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서울에 올라가고 내려오는 스케줄을 3주 동안 반복해야 해서 매우 바쁠 예정입니다. 우리 남은 일정 모두 아프지 말고 하나하나 맞이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