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작년 수능 레전드 빌런

이걸 빌런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네…

by 필명이오

4교시 탐구영역 대기 중, 어떤 학생이 갑자기 손을 번쩍 듭니다!


“선생님, 이거 답안지로 시험지 가려야 되지 않아요?”


고사실 전체 학생들이 이목이 집중됩니다. 그러면서 모두가 하는 생각


‘하, 1페이지에 1~5번 눈으로 풀고 있었는데!!! 킬러 문제 풀 시간 벌고 있었다고!’


“아, 맞네요. 여러분 OMR 카드를 시험지 위에 덮습니다. 지금 돌아다니면서 검사할 겁니다.”


탐구 영역 시험지를 보면 나무한테 미안해지죠.


본인이 선택한 2과목씩 시험지만 받는 것이 아니라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이면 물/화/생/지 1, 2 이렇게 8과목이 각 4페이지씩 인쇄된 한 뭉텅이를 받고, 사회탐구도 마찬가지로 9과목 한 뭉텅이를 받으니, 결국 6~7과목의 시험지는 선택받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집니다.


그래서 한국사 시간이 끝나면 탐구 시험지 한 세트와 봉투 하나씩 받고, 본인이 칠 과목 시험지만 뽑아서 첫 번째 과목 시험지는 책상에 올립니다. 두 번째 과목 시험지와 나머지들은 흰 봉투에 담아서 바닥에 내려놓죠. 보통 두 번째 과목 시험지도 같이 분리해놔서 준비 시간에 봉투에서 바로 뽑고, 첫 번째 과목 시험지와 교체하면 됩니다.


국어, 수학, 영어 영역과는 다르게 탐구 영역은 한 세트를 묶는 표지만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 과목은 표지가 없는 셈이죠. 그래서 표지 대신에 OMR 카드로 덮는 것이 원칙이나, 감독관에 따른 편차가 심합니다.


수능 치고 첫 등교를 한 날, 같은 반 친구가 다 같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야, 나 탐구 두 번째 과목 대기하는 동안 첫 페이지 눈으로 다 풀었다?”

“진짜? 아니 우리 시험장에는 어떤 애가 갑자기 손 들어서 이거 가려야 된다고 선생님한테 말씀드려서 풀다가 덮음.”

“어? 그런 애가 있어? ㅋㅋㅋ 레전드네. 나는 그래서 킬러 넉넉하게 풀었는데.”


실제로 제 대각선 자리에 앉은 모르는 여학생이 한 행동이었는데요.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에 빌런이라고 보기 애매합니다. 다만 감독관 지시 사항에 따라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시험 점수가 바뀌니 예민한 부분이죠.


(원래 ‘수험일기 20032023’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인데, 벌써 일 년이 지난 일이라 잊고 있었습니다. 수능이 당장 모레라서 갑자기 생각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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