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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산 나머지 무기력함에 빠진 당신에게

저도 항상 침대에서 빠져나오고 싶었습니다

by 필명이오

‘언제쯤 내가 이 침대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벌써 x월 x일이야? 나는 가만히 있기만 했는데,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지… 내일이 오는 현실 자체가 무섭다.’

‘뭔가를 해보고 싶긴 한데,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아.’

‘나는 이미 늦은 나이인 것 같아.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세상에서 나만 도태되는 기분이야.’


인간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 회로 악순환에 빠져서 내 인생이 다 끝난 것처럼 나락을 찍어보셨을 겁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았어요. 저도 자기 의심의 굴레에서 자존감을 갉아먹으며 막막했던 일상에 살아봤어요.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고, 처음 내 생각 한 줄에서 시작된 나태함의 지옥은 확실한데, 나만의 침대 세계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죠.


그래서 유튜브와 구글 검색창에 어떻게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지 엄청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꼬여 있으면 뭘 봐도 의심부터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죠. 때문에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한 생각 역시 자기 의심이었습니다.


‘번아웃(burn out)이면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불태우듯이 살다가 지쳐서 현타 오는 거 아니야? 근데 내가 뭘 진짜 burn이라고 할 만큼 열심히 하긴 했을까? 그 정도는 다들 하고 살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평균 이하일 지도 몰라.’


침대에 누워서 저런 생각에 끊임없이 매몰되었죠. 무기력은 내가 살아가면서 받은 충격으로 자아가 많이 다친 상태이기 때문에, 무작정 확 뭔가를 시작하면 또 다른 실패의 경험이 되어 반감이 고조될 수 있습니다. 실이 엉켜서 도무지 풀리지 않을 때, 섣불리 판단해서 끝부분을 보이는 대로 잡아당기면, 그저 엉킨 채로 매듭이 되어 영영 풀어낼 수 없게 되죠. 그래서 점점 스며들듯이 일을 시작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 글이 엮인 매거진 제목이 ‘버킷리스트로 인생 살아가기’이니 짐작은 가실 겁니다.




그것은 바로 ‘이른 새해 계획 세우기’입니다! 이게 뭔가 싶으시죠? 네, 대단하지 않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엄청납니다. 저도 이거 하나 덕분에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왜 하필 ‘이른’ 새해 계획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말씀드릴게요.


1. 누워서도 시작할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치는 순간 공부에 길들이기는 쉬우나, 침대에서 책상까지 심리적 공간은 너무나 넓죠. 누워서 폰을 들고 있을 때, 팔이 저려서 몸을 옆으로 뒤집는 동작만 해도 몇 분을 망설이는데, 몸을 일으키는 것은 얼마나 힘들어요. 근데 이른 새해 계획 세우기는 다릅니다. 화면 위로 손가락만 살짝 움직이면 되니까요.


평소에 쓰는 메모장 어플을 켭니다. 그동안 내 마음을 힘들게 내리눌렀던,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고 막상 실천은 못했던, 지금이라도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흘러가는 대로 써봅니다.


하나씩 써보니 그동안 했던 생각만큼 내가 못할 일들은 전혀 아니네요.


‘이것들을 내가 안 하고 살았다니!’


마음이 살짝 조급해지는 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그 이유는 2번으로 가죠.


2. 내 뇌를 살짝 속일 수 있다!


‘원래 내년부터 할 계획인데, 앞당겨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하고 있는 거야.’


이게 이른 새해 계획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몇 월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다음 연도를 제목에 써야 해요. 무기력에 빠져 있을수록 내가 외면하던 조급함은 불어나고, 더 침대에 누워있게 되니, 차라리 +1 한 연도로 조급함을 잠재워야 하죠.


3.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저도 한때 너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나머지, 이제는 더 누워 있으면 몸은 편한데 ‘이게 휴식인지, 벌인지…’라는 부담감이 있었죠. 침대가 감옥이자 안식처로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왜 생긴 건지… 여기서 더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암묵적 룰은 단 하나


‘일어나면 분명 저번처럼 피곤해질 거야. 지금이 좋은 거야. 맞아, 더 누워 있어야 해.’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대 밖=피곤함만 가득함’이 세뇌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딱 한 번 이른 새해 계획을 세우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책상에 앉아봤는데, 이상하게 누워있을 때보다 더 개운했습니다.


‘내가 드디어 뭔가를 했다.’라는 느낌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된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죠.


‘일-휴식 굴곡 패턴’이 생겼다고 할까요? 이전에는 일상이 심정지 환자 모니터처럼 ㅡㅡㅡㅡㅡ로 하향 평준화되었다면, 이제는 sin 함수 그래프처럼 ~~~~~ 굴곡이 생겨 일할 때나 쉴 때나 각각 만족도가 상승한 것입니다.




스스로가 다 타버린 성냥개비가 된 기분을 누구보다도 많이 느껴본 사람으로서, 이 글을 보신 분들께는 무기력 탈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저는 세상의 적극적인 경험자, 조용한 관찰자, 상세한 해설자로서 살아가고 싶어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제가 남긴 글로써 과거의 저와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은 저보다 덜 아프고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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