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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투리 Oct 20. 2023

세상에 영원한 단점은 없다

필섭 시점 상춘일기_13



상춘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이다. 지금처럼 많이 유명해지기 전 그의 첫 작품부터 자기는 그의 팬이었다는 걸 매번 강조한다. 상춘 덕에 나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어 느 순간 말랑말랑해진 그의 작품에 실망한 내가 말했다.

"난 <환상의 빛>이 제일 좋아."

"맞아 나도 그의 초창기 작품이 제일 좋아. 그렇지만 나는 그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변해가는 작품을 보는 게 좋아. 조금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지만 더 나이 들어서는 또 어떤 영화를 찍을까 기대돼. 나는 그의 팬이잖아."



오랜 친구 때문에 상춘의 마음이 상한 적이 있다. 그 친구 그만 만나라고 내가 말했다.

"어렸을 때 정말 친했던 친구야. 사는 모습이 다르 다 보니 오해가 쌓인 거겠지."

상춘은 한동안 속상해하더니 그러고도 그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다녀와서는 가뿐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시 만나길 잘했어."




참고 견디는 것에 능숙하지 않은 나는 그런 상춘이 신기할 뿐이다. 과거를 끌어와 현재와 엮어 미래까지 조심스레 안고 가는 것 같다. 그게 미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사실 그런 마음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는 자는 나다. 그걸 알아서 나 또한 나의 가장 큰 너그러움을 그에게 쓰겠다 다짐하지만 뒤돌면 잊어버리는 나는 매번 새로이 다짐하기에 바쁘다.



예전에 나의 친구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세상에 영원한 단점은 없다고. 모든 단점은 언젠가 장점으로 쓰일 때가 있다고. 그러니 나의 단점이 너를 만나 장점이 되기도 하고 너의 단점이 나를 만나 장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그나마 내게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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