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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투리 Oct 21. 2023

다시 봄

필섭 시점 상춘일기_14




"엄마 밖에 없네."


새벽에 깨어 화장실을 가려할 때 상춘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는 종종 엄마 꿈을 꾸는데 오늘은 다행히 우는 꿈은 아닌가 보다 싶어 안도하였다. 침대 발치에 앉아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새벽 5시 45분. 오랜만에 다시 눕지 않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상춘을 그린 그림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 한지 4년이 지났다. 몇 번 시도하다 그만두고 다시 해야지 하다가 마무리 못 짓고 한참을 덮어 두었다.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드디어 마무리를 한다.



원주에서의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함께 출장을 가고 각자의 일을 하고 같이 밥을 해 먹는 시간들을 보냈다. 켜켜이 쌓인 시간들이 우리 안에 있다.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렇게 봄을 맞고 여름 가을 지나 겨울이면 다시 추위에 몸을 웅크리겠지만 그건 뭐 우리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겨울엔 잠을 많이 자고 매일 볕 쬐면서 걷고, 봄이면 조금 일찍 일어나고 조금씩 달려보는 것. 그런 충분하게 시시한 날들이 고맙고 좋다. 그리고 그런 날들에 상춘이 함께여서 또한 고맙고 좋다.


내가 떠준 세번째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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