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현지 코워킹스페이스 탐방기
코워킹스페이스는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굉장히 핫한 트렌드이다.
서울에서 코워킹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반갑고 기대되는 사실이기도 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 멤버분들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매일같이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글로벌 코워킹스페이스 매거진인 Deskmag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7년에는 전 세계에 75개였던 코워킹스페이스가 2013년에는 3,400개 그리고 작년인 2015년에는 무려 7800개 내외로 증가하였고, 현재 51만 명 정도의 코워커들이 코워킹스페이스를 이용중이다.
꼭 같이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협업툴이 많이 발달되어있고,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코워킹스페이스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피치트리를 더욱 좋은 코워킹스페이스로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실리콘밸리의 코워킹스페이스와 스타트업 문화에 대하여 탐방하기로 결정하였고 2주간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지역을 방문하여 직접 경험을 해보았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추천해주는 코워킹스페이스들이 있었고, 그들 중 ‘Hanahaus’, ‘Wework’, ‘Parisoma’를 둘러보았다.
우선 가장 처음 간 곳은 팔로알토에 위치한 Hanahaus이다.
실제로 쿠퍼티노에서 창업을 하고 스타트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한 창업가분께서 추천해주신 곳으로서, 실리콘밸리 로컬에서 가장 트렌디한 Blue Bottle커피와 카페, 그리고 업무공간이 합쳐진 곳이다.
카페는 일하기에는 시끄럽고, 멀티탭이 없으며, 와이파이도 굉장히 느리지만, 한 시간에 $3를 추가하고 업무공간에 들어오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사실 안에 들어오면 빠른 와이파이가 있을 줄 알고 기대했지만 와이파이는 동일한 와이파이를 사용했다.
이곳에서의 자리 배치와 가구들, 그리고 인테리어는 충분히 한국에 적용하기에도 적합한 모델들이었고, 카페와 업무공간이 합쳐진 모델 역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굉장히 많아 수익성도 괜찮아 보이지만 ‘멤버’와 ‘커뮤니티’의 개념이 없어서 일하는 카페 정도로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그다음은 Wework다. 사실 Wework는 SF 내에 있는 지점 중에 3개 지점을 가보았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일요일에 Golden Gate 지점을 방문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홈리스들이 가득한 텐더로인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도착했었다. 하지만 문이 닫혀있었고, 가드 아저씨는 평일에 다시 오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평일에도 예약하지 않고 방문을 하자 '투어는 시켜줄 수 없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다시 와라'라고 해서 결국 공용 공간만 살짝 둘러보고 올 수 있었다. 심지어 1층에 있던 가드 할아버지는 "너네 예약도 안 하고 그냥 왔다고? 용기가 엄청난데?" 이러셨고 왜 그런 반응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결국에 우리가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괜한 고생을 했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숙소를 돌아와 다음날 아침 8시로 투어 예약을 하고 마침내 3번째 방문만에 매니저와 정식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위워크도 매니저의 정식 출근 시간은 9:00여서 왠지 우리 때문에 일찍 나온 것 같아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전체 공간을 모두 설명해주었다.
위워크의 슬로건은 'DWYL - Do what you love'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으로의 브랜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피치트리도 마찬가지이지만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데에는 '소속감'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혼자, 많아야 2~3명이 일하는 것은 굉장히 외로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각자가 '사랑하는'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이 코워킹스페이스가 카페에서 일하는 것과 비교할 때 갖게 되는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위워크는 정말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다른 코워킹스페이스들과 비교했을 때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니 그만큼 확장할 수 있었고 한국에도 곧 큰 규모로 상륙하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소규모로서 성공을 하고 돈을 벌었을 때 최종적으로 정착하게 될 곳도 '위워크'가 될 것이라는 점이 다른 코워킹스페이스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피치트리는 대부분 초창기 시작하시는 분들이 주로 이용하시는 공간이고, 결국에 여기서 시작해서 성공해서 나가는 멤버분들이 더욱 많이 생기는 것이 피치트리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창업 -> 피치트리 -> 위워크의 패스를 밟아나가는 분들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Parisoma'이다. 여기도 사실 처음에는 예약 없이 갔다가 문 앞을 지키는 매니저와 커피 한잔하면서 얘기한 후에 다시 온라인으로 예약을 하고 방문하였다. Parisoma는 7년 남짓 된 코워킹스페이스로서 처음에는 10여 평 되는 공간에서 시작해서 현재는 각 100평 정도 되는 2개 층을 사용 중이고 현재 3층까지 계약을 마치고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큰 규모에도 매니저는 3명이었고 (사실 위워크도 10 개층이나 되지만 매니저는 많아야 4명 정도였다.) 예약을 하고 가서 투어를 시켜준 매니저는 'Community manager'였다. 영어를 너무너무 빨리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듣느라 힘들었지만 큰 규모의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전 세계에서 온 멤버들과 소통하는 노하우가 쌓여서 그런지 대화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미국은 아무래도 보안 문제가 있는 것 같았고 문을 잠가두자니 접근성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밤늦게까지 열어두자니 홈리스나 이상한 사람이 갑자기 들어오면 막을 길이 없다고 그런 점이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피치트리는 지문을 등록해서 그것으로 출입을 한다고 하니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신기해했다.
아무튼 우리 개인적으로는 'Parisoma'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결국 그날 밤 UX Design강의를 하는 것까지 다시 가서 수강을 하였다. 3시간 동안 역시 영어 강의를 듣느라 힘들었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Parisoma의 매니저도 말했지만 SF에는 로컬들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3개월 이상 장기간 이용하는 고객들도 잘 없고 대부분은 잠시 이용하고 본인의 홈타운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정작 얘기하느라 사진을 많이 못 찍어서 아쉽지만, 다음에 SF에 간다면 꼭 한 번쯤 다시 들려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 싶은 코워킹스페이스이다.
코워킹스페이스를 둘러보고 나서 팀원들과 얘기하면서 결국 피치트리의 멤버분들을 위해서는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초기 창업자, 소규모 팀, 프리랜서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피치트리의 브랜딩이 잘 되어 있어서 멤버분들이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최대치의 생산성을 이끌어내 사업이 잘 발전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보고 온 디테일한 시스템들을 도입해봄과 동시에 더욱 많은 분들이 '피치트리'에서 일하면서 성공하실 수 있도록 피치트리를 발전시켜야겠다는 것이 이 긴 글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