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중국은 상상초월로 거대했다.
국내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은 대부분 산업이 탄생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나오고 브랜드별로 각자의 특색을 살려서 성장하고 있다. 피치트리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코워킹'이 아직 국내에 정착되어있지 않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고 그래서 처음부터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며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5년 후 10년 후 피치트리가 꿈꾸는 목표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들을 통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해외 사례들을 조사해보곤 한다. 그러다 마침 가까운 중국에서 Global Coworking Unconference Conference - GCUC를 한다고 해서 참가를 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국내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이 더 발전하고 성장했으면 하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필자가 방문해서 보고 느낀 내용들을 전부 공유하는 것이고, 글 가장 아래쪽에 가면 컨퍼런스의 내용이 요약 되어있다.
0. 중관촌 창업 거리 방문기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행사장 근처에 에어비앤비로 잡아놓은 숙소에 짐을 풀고 중관촌으로 향했다. 얘기를 듣고 사진과 영상으로만 접해보았지 직접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대를 안고 중관촌에 도착해서 느낀 점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6년 전에 봤던 베이징과는 전혀 달라서 같은 도시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엄청난 사이즈의 빌딩과 그 빌딩에 위치한 코워킹스페이스들, 그리고 중관촌 창업 거리에는 일명 창업 카페들이 쭉 자리 잡고 있었다.
처쿠카페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분들이 가보셨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낮은 조도'와 '조용함'이었다. 대부분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낮은 조도는 중국의 전반적인 특징이었던 것 같고, 조용함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 사람들이 말하면 굉장히 시끄럽게 들릴 수 있는데 여기서는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인상을 받았다. 이외에 3W를 비롯해 다양한 카페를 들어가서 매니저들과 얘기도 해보았는데, 중관촌 창업카페 거리에 있는 대부분의 카페들은 VC 또는 엑셀러레이터가 운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투자자와 스타트업 대표로 보이는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루 반나절 정도밖에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보고 느꼈던 점은 창업카페는 대부분 처음 시작하는 팀이나 개인이 많이 오는 공간이고, 거기서 팀 구성이 갖춰지거나 어느 정도 제품이 나오거나 하는 경우에는 코워킹스페이스들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글로벌하게 스타트업의 꿈을 안고 가는 곳이 실리콘밸리라면, 중국 내부의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가는 곳이 북경, 상해 등 탑티어 도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실리콘밸리와 견주어봐도 그 규모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의 필즈 커피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중관촌의 창업카페들에서 받을 수 있었다.
1. 북경 코워킹 스페이스 방문기
그리고 북경에서의 이튿날부터는 GCUC행사 스케줄이 있어 들뜬 마음으로 새벽부터 일어나 행사를 참가하였다.
첫날부터 위챗 그룹에 초대되어 수많은 중국어들을 간신히 소화해서 동편, 서편의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하였고 본인이 고른 서편은 중관촌 지역의 코워킹스페이스 4곳을 탐방하는 코스였다. 모임 장소로 모여 둘러본 공간들은 Nash work, Dream plus, Ur Work, People squared 였다. 공간들의 사진은 아래와 같다. (공간별로 나눠서 올릴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브랜드별로 나누는 것보다 북경의 코워킹스페이스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공간별로 나누지는 않았다. 각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예쁘게 찍혀있는 사진들을 볼 수 있다.)
투어는 전부 중국어로 진행되고, 영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외국인은 나 혼자였었다..) 공간 별로 컨텐츠나 전략적으로 어떠한 차별점을 두는지 완전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테리어, 하드웨어적인 부분들에서는 확실히 참고할 만한 점이 많았다. 우선 대부분 오픈스페이스보다는 독립공간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피치트리는 오픈스페이스 위주의 인테리어를 고집해왔는데, 과연 이것이 동양권 문화에도 적절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코워킹스페이스에 있어서 인테리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연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창업자들이 가득 차있고, 활기차게 일하는 데에는 인테리어는 사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조도도 낮고, 공간 구성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공간에 수많은 창업 팀들이 모여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에서 받는 첫인상이 오히려 인테리어에 돈을 많이 쓴 것 같아 보이는 곳들보다 훨씬 좋은 공간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중국의 코워킹스페이스들은 모두 '컸다'. 정말 컸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많은 스타트업들이 있는 것을 보고, 지금도 무섭지만 몇 년 후의 중국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되면서도 두려움 역시 숨길 수 없었다.
2. GCUC 컨퍼런스 참관기
751D Park 행사장으로 향하면서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다. 우선 행사의 규모가 생각보다 거대했다.
엄청나게 큰 공장을 지금은 행사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공원 전체가 너무 아름답고, 역시 커서, 둘러봐도 둘러봐도 끝이 없었다.
행사는 코워킹스페이스에 필요한 서비스, 인테리어, 하드웨어 등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부스가 있었고, 위에서는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와서 코워킹 스페이스, 코워킹과 관련된 주제로 발표를 하거나 토크쇼를 하는 형태였다.
우선 중국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는 것은 멤버 관리 툴, 코워킹 스페이스 전용 콘센트와 같은 인테리어 제품들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글로벌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피치트리 역시 직접 대부분의 것을 커스터마이즈 해서 쓰고 있지만 이러한 업체들이 한국에서도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발표 내용들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코워킹과 기존 오피스 빌딩의 다른 점 : 컨텐츠(스토리, 역사, 서비스 등)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유동성과 저렴한 초기 비용을 제공하는 대신 렌트는 더 받을 수 있다. 다만 소비자에게 유동성이 있다는 점은 임대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공실률을 최소화하고, 리텐션율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2. 코워킹 스페이스는 장기적으로 플랫폼과 유통채널이 될 수 있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작은 업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데, 코워킹스페이스가 이들을 묶어서 브랜드로 만들어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고, 또한 업체들과 외부, 업체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 역시 가능.
3. 시장 크기: 업무 환경이 변화하면서(특히 90년대 생들~) 기존 오피스 공간에서 일하는 것보다 밸류까지 제공하는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코워킹 시장은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또한 ‘코워킹’ 자체가 브랜드 역할을 할 수도 있어서 항공사 연합(스타 얼라이언스, 스카이 팀 등)과 같이 마일리지 및 멤버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업무 환경 역시 점점 진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생겨날 것이다.(호텔을 예로 들면서, 호텔이 단순한 숙박만 제공 -> 점점 고급화 5성, 6성급 호텔 탄생 -> 에어비앤비라는 오픈된 플랫폼을 통해 경험 제공). 또한 인구 구조 역시 변화하면서 도시화가 심화되고, 모바일 시장이 커지는 등의 변화가 생겨서 시장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4. 코워킹 시장 밸류가 너무 과열된 것 아닌가? 스타트업부터 큰 회사까지 전부 커버 가능. 여러 레벨의 유저가 있고, 그들은 각각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어서, 이를 다 커버하려면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따라서 과열되었다고 볼 수 없다. (* 이 부분은 국내는 아직 과열되지 않았다고 보이지만, 중국은 필자가 외국인의 입장에서 얼핏 보았을 때도 약간 과열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공간들이 많아 보였는데, 그래도 대부분의 공간들의 공실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에는 중국의 스타트업 시장에 큰 겨울이 오지 않는 이상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5. 5가지 성공 원칙: Professional(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멤버들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 Personal(개인적으로 소통하고, 소속감을 심어줘야 됨), Pleasant(와서 즐거워야 됨), Participate(멤버들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그 공간은 성장해, 멤버도 물론 마찬가지), Platform(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됨)
7. 상업빌딩들 대부분은 (최소 30%) 코워킹으로 바뀔 전망인데, 이는 기존의 부동산 업체들과 시장이 원하기 때문이다. 이미 뉴욕에서는 빌딩 개발단계부터 코워킹스페이스 형태로 진행하는 시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회사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어서 그들 간의 벽을 허물어서 코워킹 스페이스는 앱스토어, 스마트폰과 같은 역할을 해야 된다.
8. 미래 오피스 빌딩의 트렌드: 정보를 공유하고,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리소스들을 공유하는 등의 인터랙티브적인 요소들이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메인플레이어가 될 확률이 높은데, 그 팀원은 10~20명 정도. 제일 중요한 건 사무공간, 서비스, 환경, 커뮤니티이다.
이번 베이징 방문을 통해 비슷하지만 정말 다른 중국 시장에서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이 어떠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는지 참고할 수 있었고, 피치트리 역시 멤버분들을 위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지를 고민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덧: 혹시 베이징에 가서 베이징카오야를 먹을 일이 있다면, 전취덕보다는 Liqun을 강추한다. 에어비앤비 숙소가 다인실이다 보니 같은 숙소에 있던 상해에서 온 친구들이 완전 맛집이 있다면서 데리고 간 곳인데, 서양인이나 일본인들은 많이 보였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 같았다. 지금은 굉장히 오래된 건물에 있어서 현지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곧 재개발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