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의 이유를 알고 있는가?
A.V. 힐은 근육의 작동원리를 파악해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연구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가 처음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근육의 작동 원리The Mechanism of Muscle'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던 날 강연 막바지에 한 노신사가 질문을 던졌다.
"그 연구가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을까요?"
힐은 처음에는 운동선수의 한계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어떤 효용을 얻을 수 있는지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고 이렇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쓸모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답변은 그대로 다음 날 신문의 헤드라인이 되었다.
'우리의 연구 목적은 재미다 Scientist Does It Because It's Amusing'
나는 얼마 전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했다. 회사는 기존에 내가 다니던 회사와는 전혀 다른 업종이고 내가 하는 일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이 회사에 들어온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Fun'이었다. 회사 대표님이 회사에 대해서 막 설명을 하다가 나에게 말했다.
"이 일 재미있지 않겠냐?"
...
직장이라는 게 그리고 일이라는 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일도 재미있는 일이라면 인생을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일을 찾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일을 하며 재미가 결여된, 흥미가 없는 일을 하게 된다면 지치고 만다. 지속의 힘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아무 의미 없고 지루한 일만 가득하다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찾아보면 내 일 속에 재미있는 부분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찾아보지 않았거나 잊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바쁘다고 재미를 잊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바쁘면서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가 있다. 우리가 보통 바쁘다는 것은 그것에 매몰된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매몰이 아니라 몰입니다. 매몰된다는 것은 그것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 몰입은 그것 안으로 빠져 들어가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매몰에 갇히게 되면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 되며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지만
몰입한다는 것은 다른 것보다 재미있고 즐거워서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즐거움을 넘어서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집중을 하더라도 매몰이 되느냐 몰입이 되느냐에 따라 그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된다. 즐거움으로 가득 찬 일을 하며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매몰의 늪에서 벗어나 몰입이라는 바다의 심연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하는 진주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 지금까지의 고루한 일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몰입은 새로움을 찾는 과정이고 지금까지의 한계를 벗어나는 과정이다. 기존에 있던 답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그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기존에 있던 것들을 거부하며 나만의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나를 통해 첫 발을 내딛는 과정이다. 나도 알지 못했던 부분을 몰입이라는 상태를 통해서 어느 순간에 부지불식간의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몰입하기 위해서는 즐거워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나의 가치와 맞아야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아야 한다. 같은 선상에서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몰입이라는 심연의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가치가 없고,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일은 의문을 낳는다. 그리고 그 끝은 후회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진다.
나의 가치와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는 일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의 가치를 아는 것이다. 크게는 나의 삶의 목적, 가치를 깨닫는 일이다. 나의 나무는 어떤 방향으로 뻗어가고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자라기를 아는가의 문제이다.
가치를 안다는 것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안다는 것이다. 이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이다. 이 일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고 내가 가는 길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막연했던 길이 안개가 걷히듯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신념이 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속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것을 유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다.
우리는 이 신념이라는 근원적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나의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뿌리도 지속적으로 튼튼해져야 한다. 든든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척박한 외부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가 있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쳐도 잠시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그 시기가 끝나면 언제든 다시 새로운 가지를 뻗을 수 있다. 작은 가지가 부러지더라도 새로운 가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라.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해야 한다. 현재에 살고 있지 않는 사람은 내 앞에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어도 그것을 알 수가 없다. 현재 나를 사랑하고 즐거움을 찾고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라.
이것들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잎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