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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비 Dec 25. 2019

14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1

사찰에서 한달 살기 - 마음 비우기 

모든 치료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 했지만, 곧이어 복막염과 대상포진으로 또 다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항암치료가 모두 끝나면 체력이 예전 같을 것이라는 큰 착각을 했다. 일의 특성상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 복귀 후 처음 맡게 된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다. 그 후, 나는 좀 더 편안한 부서로 옮기자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자존심이 스크레치가 같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 주변을 돌아보니 모두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았다. 처음으로 몸이 아닌 마음이 괴롭기 시작했다.  선배가 평소에 참선을 하는 곳으로 한 사찰을 소개했다. 스님들이 참선을 하는 곳으로 일반인의 경우 보통 일주일 이상을 받지 않지만, 선배의 오랜 인연으로 한달살기를 시작했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읽을 책' 몇 권을 준비했고, 부모님에게 사찰에서 한달살고 오겠다고 했다. 당연히 부모님은 걱정이 크셨다. 워낙 하나에 집중하면 그 세계에 푹 빠지는 성격이라 혹시 비구니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비구니가 되기에는 ....부모님이 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결국 엄마가 3일만 함께 있다가 가기로 했다. 엄마는 너무 좋아했다. 가부장적인 아빠에게 벗어나 처음으로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었다. 사찰은 너무 좋았다. 밥도 잘 나왔다. 엄마와 아침을 먹고 절 마당을 지나는데,  " 남이 해준 밥 먹으니까 너무 행복하다. " ... 엄마의 이 한마디에 마음이 울컥했다. 결국 엄마도 10일 더 있는 것으로 결재 했다. 아빠가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화를 냈고, 9일쯤 지나자 엄마에게 전화해 " 집안도 깨끗이 치워놨고, 잘해줄 테니 엄마는 집에 와 " 라고 부드럽게 통화를 하신다. 아빠도 나이가 드니, 성격이 좀 꺾이는 듯하다. 그 한마디에 엄마는 이제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부부란 참.


큰 스님과의 만남. 

엄마에게 잘 데리고 있다가 보낼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그동안 참 잘 사셨다고 이야기 하시자 엄마는 한참을 울었다. 이 후 큰 스님은 나를 불렀다. 내가 할 일은 새벽기도만 참석하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숲을 걷고,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있는 동안 쉬라고 하셨다. 책도 읽지 말고, 계획도 세우지 말고....너무 차있어서 비워야 할 것 같다고...또 야단도 치셨다. "7살 어린아이 같다고..." 억울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돈 벌어 본인에게 쓴 것 말고, 무엇을 하고 살았지...일은 누구를 위해 한거지. "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나는 새벽3시에 일어나 아침예불에 참석하고, 잠을 자고 새소리를 들으며 신선노름을 했다. 


30일의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혼자 울기도 많이 울고,  20일 정도 있을 때는 그냥 집에 가려고 했는데, 큰 스님이 붙잡았다. 본인이 부처님과 약속한 30일은 다 채우고 가라고 하셨다. 


마지막 날. 큰 스님이 불렀다. 

'정진행' 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원래 내 법명은 '대덕화'였다. 두 전직 대통령 영부인의 법명이다. 무게가 느껴져 부담 스러웠는데, '정진행'이라는 법명은 마음에 든다. 


큰 스님은 다시는 절이나 사찰 곳에서 답을 찾지 말고, 열심히 살면서 늘 깨어 있는 삶을 살아가라고 하셨다. 

그리고, 본인이 성장했다고 느낄 때 그 때 한번 오라고 하셨다. 

아직까지 가지 못했다. 내년에는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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