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초대 - 디즈니 월드를 가다.
완치만 되면 세상이 새롭게 보이고, 잘 살아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정반대로 모든 것이 무력해지고 괴로웠다. 살면서 처음 겪는 일. 더 큰 문제는 특별히 괴로운 일이 주어지는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우울함에 당혹 스러웠다. 나는 태생부터 밝고, 긍정적인 아이였다. 늘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력감은 낯설지만 도무지 헤어나올 길이 없었다.
처음으로 정신과 찾았다. 그런데 우울증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나? 단지 회복 후 일시적인 현상 같다고 했다. 일일단은 다행이다.
플로리다에 사는 나의 절친이 비행기를 타고 날라만 오면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테니, 일단 오라고 했다. 항암을 하는 내내 통화를 했던 친구라 나는 바로 플로리다 행 비행기를 탔다.
친구 남편이 통큰 선물을 해주었다. 디즈니월드
그동안 잊고 있었다. 나는 어릴 적 놀이동산을 무척 좋아 했었다. 놀이동산을 싫어하는 어린이는 없겠지만, 나의 놀이동산 사랑과 애니메이션 사랑은 대학교를 들어가서도 이어 졌었다. 회사 들어가 잊었지만.
친구와 나, 친구 딸 ( 핌비에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도네이션 해서 선물을 보내 준 그 아이) 은 일주일 내내 디즈니월드에 머물렀다. 하루에 한 테마파크에 가서 놀아도 늘 시간이 모자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처럼 신나게 놀았다.
친구는 디즈니월드에 5번 정도 놀러 갔었는데, 늘 놀러온 가족들 ( 오빠, 부모님, 시댁부모님 등) 챙기느라, 제대로 노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즐거워 했다. 디즈니 월드는 가슴이 두근두근 거릴 만큼 참 좋았다. 각 놀이기구에 스토리가 있었고, 미국인들이 가족 단위로 티셔츠를 맞춰 입은 모습도 꽤 흥미로웠다.
그렇게 디즈니 월드에서 우리 세명은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디즈니월드는 디즈니 랜드와 비교 불가다. ^^)
플로리다에서 3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친구 남편이 있어 불편 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친구 남편은 말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편안한 사람이었다. 친오빠 처럼...
우리는 다시 여고생처럼 하루 종일 종알종알 떠들다, 울다 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친구와 명상을 하는 시간은 꽤 괴로웠다. 날 뛰는 수 많은 생각들이 당황스러웠지만, 15년이 넘게 명상을 해 온 친구는 차분하게 나를 다독이며 도움을 주었다.
월트 디즈니가 한 말이 있다.
나는 늘 덤벼들기만 했다. 생각과 믿음, 꿈 없이 삶에 주어지는 일들에 무턱대고 덤벼들기 먼저했다. 생각을 하고 덤벼 들었어도, 자신이 하는 일에 믿음을 갖고 덤벼들었어도, 꿈을 가지고 덤벼들 었어도, 이렇게 까지 공허 하지는 않았을 텐데...나는 생각과, 나에 대한 믿음, 남이 꾸는 꿈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오랜시간 '번아웃'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을 하며, 무기력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또 하나,
사찰에서 한달살기, 디즈니월드, 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들은 잠시 마음에 평온을 주었지만,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흔들 거렸다.
도대체 나는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