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감핀 pin insight Jun 26. 2018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자

마케팅 역량을 쌓는 법

 취직할 때 보면 자소서에 가끔 이런 문항이 보인다. "귀하가 생각하는 마케팅 역량에 대해 설명하시오. 단, 학업적인 내용을 제외하고." 아니, 이제 학생에서 사회초년생으로 가는데 학업적인 내용을 제외하면 무슨 이야기가 남는가! 신입한테 역량을 요구하면, 그 역량은 어디가서 쌓아야 하는가! 저번에는 기획하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이와 같은 생각으로 막막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을 남기려고 한다.


 마케팅은 연애에 많이 비유해서 설명하지만, 연애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마케팅 역량을 쌓겠다고 연애하는 것부터가 넌센스다. 그래서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마케팅 역량을 쌓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인생의 선배들이 여행을 가면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배우면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여행 계획을 짜는 일부터가 마케팅 전략을 짜는 일과 유사하다. 그동안 여행 계획을 어떻게 짜왔는지 생각해보자. tv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갔던 곳을 보고 따라갔나, 친구들이 좋다고 했던 곳에 갔나, sns에서 보고 좋아서 따라갔나, 주위 사람들이 다 가길래 가진 않았는가? 이건 마치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tv 예능에서 누가 웃기네 하고 그대로 가져다 쓴다거나, 핵심 고객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카페와 협업한다거나, sns에서 이슈라고 해서 차용하거나, 경쟁사들이 다 하길래 따라하는 것과 같다. 


 위와 같은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 목적에 맞게 취사선택하고 각색하는 것이다. 자신의 여행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경험 하기, 외국인 친구 사귀기, 현지 문화 즐기기, 쇼핑하기, 식도락, 추억쌓기, 인생사진 남기기. 이 중에 하나일수도 있고 여러개일수도 있다. 또는 좀 더 컨셉있는 여행일 수 도 있다. 특정 영화 투어, 특정 예술가 투어, 덕질여행(흔하게는 애니나 축구), 무전여행(약간 무모하지만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커 친구들처럼 될수도 있다), 랜덤여행(모든 의사결정을 룰렛에 맞긴다 | 무한도전에 나왔다), 한복여행. 이 외에도 무수한 방식이 있다.


 한가지 함정이 있다면, 그냥 알지 못하고 좋아보여서 따라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그래야 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너무 욕심부려서 일정을 지나치게 많이 잡을수도 있고, 왜 좋은지는 모르고 사진만 찍고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똑같다. 그냥 핵심 고객들이 좋아하니까 그냥 써야지 하면 안된다. 보통 '밈'을 잘 베껴오는 편인데, 잘못 베끼는 순간 바로 팀원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아재개그 날리는 부장님꼴이 되기 쉽상이다.

'이거 실화냐?' 는... 이런 상황에서 쓰는 밈 아닙니다 부장님

 여행 목적에 맞게 여행 컨셉을 잡았으면 이제 예산과 일정을 잡아야 한다. 숙소를 예약하고 교통편도 확인해야 한다. 숙소는 잠만 자는 곳이니 최대한 싼 곳으로 잡을지, 교통편이 좋은 곳에 잡을지, 여행지와 조금 거리가 있더라도 특색있는 곳으로 잡을지, 아주 좋은 곳으로 잡을지 선택해야 한다. 교통편도 비행기, 배, 기차, 버스부터 시작해서 이동 시각, 이동 시간, 좌석 위치, 편안함의 정도, 서비스까지 따질 것이 많다. 미리 기후나 날씨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옷을 준비한다. 

 

 이는 마케팅 전략에서 가격과 유통 전략을 짜는 것과 비슷하다. 숙박, 교통, 식사, 쇼핑 등에서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투자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가격 전략과 비슷하다. 숙박과 교통편을 짜는 것은 유통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여행 목적에 맞게 예산을 분배하고 숙박과 교통을 고르는 것처럼 마케팅 목적에 맞게 예산을 분배하고 유통망을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문제는 동행이 있을 때다. 이 경우에는 동행도 같이 생각해야 한다. 보통 4명이 여행을 가기로 하면, 추진력 좋은 1명이 여행계획을 짜고 나머지 3명은 거기에 따라간다. 애초에 여행에 대한 관심 자체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동행끼리 여행의 목적이 다를 수 있으며, 선호하는 것 또한 다르다. 심지어는 여행을 출발했는데도 여행 계획에 대해서 모를수도 있다!

선도수용자와 후기수용자 사이에는 아주 큰 갭이 있다.

 보통 이런 경우가 여행 자체가 취소되거나, 의 상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혁신수용곡선으로 봤을 때 당연한 결과다. 4명이 모이면 1명은 혁신자, 초기 수용자의 역할이 되고, 1명은 초기 다수 수용자, 다른 1명은 후기 다수 수용자, 남은 1명은 게으름뱅이가 된다. 원활한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동행들이 여행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여행 계획을 다 짠 것이다! 이제는 떠나는 일만 남았다! 교통편은 시간을 놓치면 안된다. 일정에는 차질이 생길 수도 있고, 날씨가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아플 수도 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문을 닫을 수도 있고 갔는데 생각보다 별로일 수도 있다. 그래서 계속 일정을 수정하게 된다.


 마케팅 역시 그렇다. 기껏 캠페인 전략 다 짰는데 기한을 놓치면 안된다. 새로운 이슈가 생기기 쉽상이고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날씨도 따라주지 않을 수 있다. 일손이 부족할 수도 있다. 기획안대로 했는데 생각보다 별로일 수도 있다. 게다가 마케팅 캠페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요구조건을 들어줘야 할 수도 있다. 계속 확인하고 수정을 거쳐야하는 작업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은 순조롭기만 한것보다 약간 난항이 있어야 좋다. 기억에 남는 여행은 항상 난항을 잘 해결했을 때였다. 결항되서 친구네서 하루 자고 떠난 여행, 밤새 술먹고 기차를 놓쳤던 여행, 비가 세차게 오는 굳은 날씨에도 감행한 여행, 가려고 했던 맛집이 문을 닫아서 한참 헤매다가 간 식당이 맛있었을 때, 길을 헤매다가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마케팅에서도 똑같다. 고객이 불만을 원천봉쇄하기보다는 그 불만을 잘 해결해 주었을 때 더 기억에 남는다.

얼마전 강릉여행을 다녀왔다. 안반데기에서 먹은 밥은 세상 별로였지만 재미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자, 그럼 눈치보지 말고 떠나볼까나!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부터 아주 좋은 아이디어는 없다. 약간 좋을 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