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 서비스 종료에 대하여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 말이 화제가 된 것은 약 1년 전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와닿은 것은 종종 가던 떡볶이집이 문을 닫고, 별미로 먹었던 단호박 케이크집에 운영 종료 공지가 올라오고, 달에 한 번은 봤던 앱이 서비스 종료를 했기 때문. 이제와 생각해보니 저 말은 정말 시간을 관통하는 명언이다.
내 식대로 저 말에 한마디 보태보자면,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어도 기억은 남는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 경력이 남고 회사에서는 업무 평가를 받고 동료에게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기억에 남게 된다. 회사는 망해도 소비자와 투자자, 내부 구성원들, 거래처들은 남아있고 이 회사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게 된다. 우리는 죽어도 사용하던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남고, 찍은 사진과 쓴 글이 남는 시대가 됐다.
모든 것은 언젠가 끝이 있다. 이와 관련된 콘텐츠 중에 네이버 웹툰인 블랙홀과 3만원이 있다. 블랙홀이 지구와 가까워져 지구가 망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 보험사 직원인 채대금은 보험상품을 만들어 파려고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지구가 망해가고 있는데 보험상품 판매를 하겠다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채대금은 꿈이 있다.
이제 세상이 끝이니 막나가자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남아있는 시간 안에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 스피노자가 말한 것처럼 내일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다.
더불어 끝을 이야기하니 브랜딩과 마케팅은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는 끝을 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되어 만들어지지만, 예능과 브랜딩, 마케팅은 보통 그렇지 않다.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인기가 있는 한 계속되며, 인기가 없어져야 비로소 끝을 맞이 하게 된다.
예능이 끝나도 방송사는 아직 남아있고 예능인과 연출진, 끝까지 함께한 시청자가 남아있다. 이들에게 그동안의 수고와 노력, 관심에 대해 감사인사 하나 없이 끝내는 것은 참 비정한 노릇이다. 그런 대우를 한다면 해당 방송사에서 일하고 싶지도, 해당 방송사의 예능을 보고 싶지도 않아질 것이다.
그러니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브랜드 운영을 종료할 때 마무리를 잘 짓자.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