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야간비행] 리뷰
브랜딩, 마케팅이라 하면 경영, 경제 도서를 읽어야 된다는 강박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교양서적을 읽어야 브랜딩과 마케팅을 떠올릴 수도 있다. 소설책을 읽은 것을 독서한 것으로 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문학보다 비문학을 더 많이 읽어온 사람이지만, 몽골 여행 갔을 때 챙겨간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이 인생책이 됐다. 특히 문학도서임에도 내 업에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야간비행 내용 중에 어떤 부분이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는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규칙을 지켜야 문화가 된다.
브랜딩 분야에서도 내부 구성원을 향한 브랜딩을 인터널 브랜딩이라 한다. 인터널 브랜딩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사내 문화에 관한 것이다. 인터널 브랜딩을 하려면 독창적인 사내 문화를 잘 구성해놓고, 내부 구성원이 그 문화를 잘 가꿔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복지제도들을 만들어두지만,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 의미가 있고 실제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제도도 많다. 일하면서 제도까지 지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간비행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늦게 이륙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정근 수당을 주지 마시오."
"불가항력의 경우에도 말입니까? 안개가 낄 때에도요?"
"안개가 낄 때에도."
날씨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제 때 이륙하지 않으면 수당을 주지 않는다니 매우 부조리하고 위험한 규칙으로 보인다. 너무 엄한 문화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규칙을 지켰을 때 일어나는 변화가 책에 나온다.
'늦게 이륙하는 모든 비행기를 벌준다면 이는 부당한 처사이지만 그로 인해, 매 비행장은 정시 출발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생략) 그는 이런 의지를 만들어냈다. 직원들이 흐린 날씨를 쉴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좋아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은 조바심 내며 날씨가 개기를 바랐고, 최말단 잡역부까지도 이륙 지연을 은근히 수치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철갑같은 악천후에도 틈이 하나 보인다면 이를 바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그들은 1만 5천키로에 이르는 항로를 오가는 우편기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이 부분까지 읽고 어떤 상황에서도 규칙을 지켜야 문화가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부 문화를 회사 사정으로 미루거나 업무 일정 상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허울 좋은 말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려운 것을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끼고, 같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어려운 사정에서도 일부로 시간을 내서 지켜야 비로소 진정한 문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