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앞서 창의성이란 탁월한 비효율성이라 정의했다. 그렇다면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탁월한 비효율성을 찾는 일? 탁월한 비효율성을 발휘하는 일? 이런 정의는 조금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조금 더 와닿는 정의를 파헤쳐보고자 한다.
가장 최근에 본 탁월한 비효율성은 바로 이 사례였다. 티셔츠를 파는데 굳이 복대 매고 두건 쓰고, 빨간 바구니에 위에 얹어서 다마스를 끌고 다니며 파는 사람.
티셔츠를 효율적으로 사려면 무신사에서 적당한 거~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로 사는 게 제일 효율적이다. 무료 배송에, 티셔츠 자체도 싸고 디자인도 무난하고 소재도 적당히 괜찮다. 발품 팔 필요도 가품 걱정할 것도 없다. 혹은 요즘 유행한다는 티셔츠를 사는 것이 제일 (사회적으로) 효율적이다. 적당히 트렌드를 아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 마르크 마르디, 메종 키츠네, 파타고니아 기본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어느 동네를 가든 눈에 밟힌다.
이렇게 브랜드 티셔츠들 사이에서 과일 하나 올려진 티셔츠는 절대 초라하지 않다. 그렇다. 창의력은 압도적인 것들로부터 나로 남아있을 수 있는 힘이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 우리는 우리를 압도하는 것들 속에 있다. 나보다 더 예쁘고 잘 생긴 사람, 나보다 더 돈 많고 큰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 비교를 하자면 끝이 없다. 이런 세상 속에서 창의력은 나로 남아있을 수 있는 힘이 된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아니지만 예쁜 사람 중에 웃긴 사람, 큰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회사에서 메인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 압도적인 것들 사이에서 나로써 남아있을 수 있다.
창의력이 압도적인 것들로부터 나로 남아있을 수 있는 힘이란 것은 한가지를 더 시사한다.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나와 함께 너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김씨네 티셔츠가 너무 유명해져서 모두가 티셔츠를 과일장수처럼 팔고, 모두가 과일 티셔츠를 입고 있다면 더 이상 과일 티셔츠를 골라 입는 것은 창의력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모두가 과일 티셔츠를 입고 있기에 따라 샀다면 더더욱 창의력이 부족하다. 남들과 다른 나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힘이 바로 창의력인 것이다. 이 과정은 남들은 모르는 길이니 당연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너무 효율을 따져가며 살지 말자. 특히 사고의 효율을 따지지 말자. 창의력을 죽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