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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핀 pin insight Jul 05. 2023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진짜 외계인이 있었던 걸까요?

웨스 앤더슨 감독작, 애스터로이드 시티 해석 및 리뷰 (스포일러 포함!)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보고 왔어요. 영화가 많이 난해해서 그런지 리뷰를 보면 졸렸다~ 아니면 이해할 수 없지만 예뻤다(좋다) 둘로 나뉘는 것 같더라고요.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이해가 안되셨다면, 다행이기도 해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죽음같이 정말 큰~~ 슬픔을 겪은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해석해드릴게요. 스포일러 있어요!!!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몰입이 잘 안되고 졸린 이유

는 감독이 배려한 것이에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감독이 관객을 위해서 극 중 인물에 잘 몰입이 되지 않도록 흑백 화면과 컬러화면으로 구분했어요.


애스터로이드 시티 포스터에도 공존하는 흑과 백


 그래서 극 중 인물이 컬러화면일 때는 종군 사진작가인 어기였다가 흑백화면에서는 어기를 연기하는 배우인 존스인 것을 다 보게 돼죠. 웨스 앤더슨 정도되는 영화감독님이 왜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는지 추측하자면, 관객이 아내를 잃은 어기에게 너무 몰입되지 않게 하려한 것으로 보여요. 만약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흑백화면으로 나오는 장면을 모두 빼고 봤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랬다면 우린 어기에게 더 몰입해서 영화를 즐기고 공허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졌을 거에요.


 이는 극 후반에 어기가 극에서 뛰쳐나와 어기의 아내 역을 맡은 마고 로비와 나눈 대화로 더 확실하게 느껴져요. 원래는 어기와 아내의 대화 씬이 연극(컬러화면)에 있었으나 나중에 그 장면을 삭제했다고 하죠. 아니 삭제했으면 삭제한거지, 굳이굳이 삭제했다고 마고 로비까지 캐스팅해서 보여준 이유는 영화에 필요했기 때문이겠죠? 슬픔은 좋았던 적이 있어야지 더 크게 느껴지기에 너무 슬픔에 빠지지 말라고 컬러 씬에서 어기와 아내 씬은 삭제한 것으로 보여요.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상징하는 것들

소행성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사막에 소행성이 떨어져 생긴 운석공(크레이터)이 명물인 도시죠. 인구수는 100도 안되고, 잘못된 계획으로 짓다만 다리도 있는데다 강도차량과 경찰차는 수시로 지나다니고, 핵실험이 종종 강행되죠. 그런데 사람들이 잠깐 머물러 갈 수 있도록 차량 컨테이너 모텔도 있고, 소행성과 운석공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있어요. 이들을 위한 작은 카페도 있구요. 이곳에 전쟁 사진기자이자 아내를 잃은 어기가 밋지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쌓기도 하죠. 이것들이 다 뭘 상징하는걸까요? 좀 풀어서 이야기를 다시 써볼게요.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 모르는 소행성처럼 너무 큰 상실감을 겪으면, 기분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사막같이 무미건조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우주같이 무한한 인생에 외계인 같은 슬픔이 인정하기도 싫고, 외계인이 있다는 증거인 사진이 있어도 슬픔은 숨기고만 싶은 감정이다. 슬프다는 사실을 숨기고 지붕에서 떨어지기 같은 자극적인 방식으로 나름 살아가려 해도 남들은 이상하게만 볼 뿐이다. 유골같은 추억은 평생 지니고 다니기보단, 묻어두고 가끔씩 꺼내보기로 하자. 슬프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털어놨을 때 비로소 서로를 보듬고 새로운 관계를 쌓을 수 있다. 그렇게 다시 출발하고 보면, 외계인 같은 슬픔이 있긴 했던 걸까? 싶을 것이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도, 완벽한 타이밍도 없지만 세번이나 찾아온 경찰차처럼 인생에 사건은 끊이지 않을테니까.


좀 풀어서 보니 애스터로이드 시티가 이해가 됐나요? 여기서 더 나아가 주인공인 어기는 슬픔을 기록하는 종군 사진작가에, 뒷통수에 상처의 자국인 흉터도 있고, 죽도록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에요.


담배가 입에서 떠나지 않는 어기


아이가 담배를 피우자 카우보이들한테 뭐라고 한 건, 벌써 죽음같은 걸 알려주면 어떡해! 하는 의미도 내포되어 보이네요. 밋지와 대화를 하다가 토스트기에 손을 지진 것도 아내를 잃은 상실감이 새로운 관계가 싹틀 때 죄책감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아내가 죽은지 3주 밖에 안됐는데 나란 놈! 치이이익- 했을 것 같네요.


어기야 그러게 왜 그랬어



애스터로이드 시티 밖 극본가와 연출가, 배우들은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극본가인 콘래드는 자신이 극을 쓰면서도 이게 무슨 감정인지 정확히는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존스가 어기를 완벽하게 연기하자 아주 격정적으로 좋아했고; 사람들이 잠든 모습을 보고 싶다며 연기 지망생들에게 연기를 시키죠. 네, 연기는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극본가로써 탁월한 선택이였네요.


반면에 연극 감독인 슈베르트는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완벽히 이해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극을 이해 못해 뛰쳐나온 존스에게 "괜찮아,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었죠. 극을 이해한 슈베르트가 대단한거지 슬픈 사건으로 가득한 인생을 이해 못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인생이 무엇인지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어요.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를 잃은 사람을 위해 위로하기 위한 영화로 보여요. 슬픔으로 범벅된 주인공이 자신의 극(인생)도 이해 못했지만,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소소한 유머와 유려한 미장센으로 표현했네요. 약간 엄마는 외계인과 심상이 비슷하달까요?


https://brunch.co.kr/@pin-insight/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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