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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핀 pin insight Jul 03. 2018

GD의 마지막 앨범은 굿즈로 나왔어야 한다

브랜드 카테고리의 중요성

 국내 가요계에서 그룹으로도 최정상, 솔로로도 최정상. 완판의 아이콘에서 개인 브랜드 런칭까지. 심저어 군대에 가서까지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 GD. 그의 행보 하나하나 정말 신선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무리수라고 까이기도 하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점에 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에 다룰 앨범도 그렇다.

GD의 두번째 EP '권지용' USB 앨범

 처음 이 앨범을 보고 '역시 GD다' 싶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가요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팬들의 반응도 반반 나뉘었다. 특히 평소에 앨범을 소비하던 팬들 중에는 앨범 사진을 팬들이 인화해야 된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당시에 나는 이런 '앨범 소비자'들의 마인드를 몰랐기 때문에 희안하게만 생각했다. 음악 듣기에는 USB가 더 편할텐데... 하면서.


 이런 생각이 바뀐 것은 평소에 앨범을 사모으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 뒤였다. '앨범 소비자'들은 음악을 들으려고 사는 것보다 '현물로 수집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앨범은 앨범대로 사고,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이 오히려 아티스트를 위한 것이라나. 책장에 앨범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을 보며 뭔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자기가 생각하기에 명반이라고 생각하는 앨범만 모으는 친구였다)


 이 친구한테 저 USB 앨범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굿즈인줄 알고 엄청 좋았다고 했다. 평소에 사용 가능한 USB에 미공개 곡이랑 미공개 사진을 담아주다니! 진짜 천재다! 사고 봐야겠다! 그런데 앨범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감정이 좀 식었다고 한다. 아니 GD 앨범은 변한 것이 없는데 왜 마음이 변했을까? 이 앨범은 아무래도 책장에 다른 앨범들과 같이 쌓아둘 수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들은 익숙한 것들, 배운 것들을 토대로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책이라 주어지면 글 위주여야지 그림만 있으면 이상하고, 그림책은 그림이 위주여야지 글 위주면 그것 또한 이상하게 생각한다. 콘텐츠가 좋냐 안좋냐는 차후 문제가 되어버린다. 일단 우리 고정관념에 맞아야 하는 것이다. GD의 이 앨범도 앨범으로써 갖춰야할 형태와 실물 사진이 없다는 것 때문에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굿즈였다면 노래와 사진들은 덤으로 주어지는 엄청난 것들이 됐을 것이고.


 이렇듯 브랜드 카테고리를 어디에 연결지을지는 아주 중요하다. 감이 안온다면 '영화'를 생각해보자. 어떤 장르로 묶느냐에 따라 흥행의 성패가 갈린다! 코미디 영화는 일단 웃겨야 하고, 스릴러는 긴장감이 있이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러가지 요소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구를 지켜라]와 [곡성]을 생각해보자. 둘 영화 모두 처음에는 웃기다. 그러나 점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무엇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영화적 완성도도 높다. 그런데 하나는 흥행하지 못했고, 하나는 흥행했다. 차이는 '코미디'로 카테고리를 지었느냐, '스릴러'로 카테고리를 지었느냐 차이 밖에 없었다.


둘다 웃긴 면도 있고 스릴감도 넘치는 명작이다. 하지만 하나는 흥행에 실패했고 하나는 흥행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고정관념에 맞춰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정관념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납득될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이때, '납득될만한 이유'는 이성적으로 합당한 이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이성적으로 합당한 이유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느끼기에 그럴싸'하면 된다. 반면에 이성적으로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도 사람들이 납득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앨범의 경우가 그렇다. USB로 앨범을 내며, 'CD보다 USB가 컴퓨터로 듣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이유는 이성적으로 합리적이지만 사람들을 납득시키진 못했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앨범에 담긴 CD로 음악을 열심히 듣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앨범을 사는 것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사진이든 앨범커버든, '실물 작품'을 갖는 것에 더 의미가 있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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