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자산은 '지각된' 품질이 중요하다
지난 글들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인식'이다. 브랜딩에서는 '팩트'보다 '인식'이 중요하다. 아무리 제품 성능이 좋아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반대로 실제 성능은 경쟁사에 비해 약간 떨어지더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여러 이유를 들어가며 옹호해주기도 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같지만 아주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것도 '고관여'라 여겨지는 하이테크 제품들에서 더 그렇다.
고관여란, 쉽게 말해서 사람들이 신중을 많이 가하는 것이다. 우린 구매할 제품이 비싸면 비쌀수록, 삶에 영향을 주면 줄수록 신중을 많이 가한다. 집, 자동차은 당연히 고관여 제품이며 가전제품, 스마트폰, 전자제품도 대부분 고관여 제품이다. 이런 고관여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확인한다. 사용목적, 가격, 성능, 사용감, 감가상각 등등. 여러 제품을 후보에 두고 고민하고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제는 이런 고관여 제품도 점점 관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얼마전, 단톡방에 직업 군인에게 시계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제품을 추천해달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방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지샥'의 고급 모델이나 '애플워치'를 추천했다. 내가 뒤늦게 확인했을 때, 한참 애플워치를 추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순토'를 추천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게 뭐야?'와 '그것도 스마트 워치네, 스마트 워치는 애플이지'라는 대답뿐이었다. 순토를 그냥 스마트 워치 취급하다니...
순토의 카테고리는 스포츠 시계다. 순토는 스포츠 시계에 스마트 워치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게다가 정장에도 잘 어울릴 법한 깔끔한 디자인을 하고 있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순토의 강점은 애플 워치에서 지원하지 않는 GPS 기능이 있다는 것과 안드로이드에도 문제 없이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인에게 이 두가지 기능은 필수 아닌가! 그러나 주저리 주저리 설명할수록 인지도 없는 순토는 더 없어보였다. 디자인도 좋고 성능도 좋구나 싶지만 이름만 들어도 느낌오는 애플워치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스마트 워치도 고관여 제품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일단 내 설명이 문제였다. 이상하게 성능에 대해서 많이 설명할수록 제품의 매력은 떨어진다. 심지어 성능이 더 좋아도 말이다. 저렇게 성능들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딱 한마디 말로 설명했어야 한다. 가령 엄홍길이 평소에 차는 시계랄지, 등산을 좋아하는 이효리가 차는 시계랄지. (예시일 뿐 사실유무는 모른다) '등산하는 좀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계구나'하고 관심을 갖게 한 다음에 세부 성능을 설명했어야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는 사실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린 평소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 심지어 점심 메뉴 정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인 시대다. 선택지는 많고 차이는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믿을만하고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굳이 다른 브랜드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성능이 아주 안좋을리는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합리화의 존재이다. 정말 좋아하면 나쁜 점 정도는 스스로 합리화하며 넘어간다. 함께 입을 옷이 없어도 좋아하는 구두를 사면서 함께 입을 옷을 산다. 맥북이 좋아서 사면서도 윈도우 운영체제를 깔기도 한다. 혹은 남 몰래 팔을 주무르면서도 벌 서는 자세로 할리데이비슨을 타기도 한다. 그러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예전부터 좋아해왔어. 바로 이 맛 아닙니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