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 리뷰
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다. 큰 카테고리로 먼저 생각하자면, 영화, 책, 음악, 강연, 패션, 장난감, 술. 좁게는 특색있는 영화, 글도 적당히 있는 잡지, 잔잔한 째즈힙합, 웃긴 TED 강연, 너무 과하지 않은 편한 옷, (하나도 안 갖고 있는) 배트맨 시리즈 레고, 개성있는 병에 담긴 에일맥주. 한가지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잡덕에 더 가깝다.
이런 내가 제일 빠져있는 것은 당연 매거진 B이다. 매거진 B는 관심있는 브랜드부터 하나씩 사기 시작해서 과제를 맡을 때마다 관련된 브랜드를 샀다. 올해부터는 아예 구독을 했고, 구독할 때 받은 한사토이 편은 평소에 인형에 관심 없던 나에게 인형의 세계을 열어주었다.
이 매거진 B를 만드시는 조수용 대표님께서 쓰신 책이 하나 있다. 심지어 내가 차애로 좋아하는 홍성태 교수님과 함께 쓰셨다. 그것이 바로 [나음보다 다름]이다.
정말 좋아하면 그 이유가 생각이 안나는 것이랑 똑같은 이치일까? 내가 정확히 언제부터 매거진 B를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됐는지는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인턴 무렵 점심시간때마다 서점에 가서 책을 봤다는 것, 스타워즈를 다룬 잡지가 있었다는 것, 새하얀 표지에 심플하게 책 이름만 보인 책이 내 눈에 띄였다는 것. 이게 내 덕질의 시작이었다.
본격적으로 덕질이 시작되면서 내 사고체계에 두 책은 많은 영향을 미쳤다. 평소 내가 말하는 대다수의 생각은 이 두분의 생각이고 동의하는 바가 많아 내 입으로 옮긴 말에 불과하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내 머리에 템플릿들을 이 책들이 거의 다 형성시켜줬다.
몇년이 지난 이번 주에 다시 이 책을 찬찬히 읽었다. 이 책에 나오는 조언들은 여전히 유효했고 예시로 나온 브랜드들은 여전히 좋은 브랜드들이었다. 다르게 느껴진 점이 있었다면 전에는 지식을 배웠고 이번에는 삶의 지혜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일 좋았던 부분은 바로 다음 부분이다.
작아보여야 한다는 말은 꽤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작아보여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수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 작아도 내가 좋은 것이어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난 점점 더 큰 이야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작은 이야기들을 안고 살아가는데 말이다. 앞으로는 나만의 작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내 이야기가 완성돼 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