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 동아일보 인터뷰 중에서
퇴보할 수도 있다니. 퇴보한 사람에게는 큰 위로가, 아직 퇴보하지 않아 본 사람에게는 놀라운 문장이다. 공식 인터뷰에서 퇴보할 수도 있다고 당당히 말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저 퇴보할 수도 있어요. 제가 정체되고 남들이 정진해서 밀려난 퇴보 말고요.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능동적으로 움직였는데 그게 옳은 길이 아니어서 퇴보할 수 있다는 거예요. 먼 미래의 관점에서 보면 그게 퇴보가 아닌 발전이겠지만요.
나도 회사 사정으로 퇴사하게 됐을 때 나까지 퇴보한 것만 같아 속상했던 적이 있다. 특히 나는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도 다양한 일을 하게 됐었다. 마케터라는 핑계로 회사에 필요하다면 브랜딩과 온라인 광고뿐만 아니라 블로그 글 쓰기부터 CS(문의부터 고객 응대까지) 같이 다양한 일을 했었다. 한 IT 회사에서는 수습기간이 끝나고 PM으로 보직이 변경되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이니 커리어 전문성을 쌓지 못한 것이 아닐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신세경 님 인터뷰처럼 이 모든 경험이 내게 도움이 됐다.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익혀야 했던 주제가 금융&경제였기에 이때 공부했던 지식은 내 삶 자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 고객을 응대하면서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장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현재 진행상황을 공유해 주면 안심한다든지. PM으로 일하면서 기획자로써 전문성이 떨어질지라도 개발자와 어떻게 일하면 되는지 익혔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낮은 자세로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더 좋았다. (이 전까진 모른다고 말하기 쑥스러워 확인해 보겠다 하고 혼자 알아보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해 버렸다)
신세경 님 인터뷰 답변에 더 나아가 심지어 스스로 정체되어 퇴보해도 괜찮다. 위로차 하는 말이 아니다. 퇴보한 적이 없으면 퇴보한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퇴보에서 벗어난 사람만이 퇴보한 다른 사람도 공감하고 도와줄 수 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지금 내가 능동적이고 주체성을 갖고 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