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에 대하여
이 글 제목만 보고도 많은 사람들은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떠올릴 것이다. 짧은 기간에 브랜드 이미지를 아주 공고히 쌓았다. 배민 특유의 굵고 투박한 글씨체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흰바탕에 카피 한줄만 들어가는 광고들은 이게 완성본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니 A급은 아니다. 대신 위트있게 패러디한 카피와 캠페인들로 그 내용을 채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저런 것들을 보며 배달의 민족을 떠올리지만, 생각해보면 배달 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은 아니다. 배달 앱이 투박한 글씨체로 말할 필요는 없으며 굳이 B급스러움을 내세울 필요도 없고, 패러디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이 등장하기 전까지 다른 배달 앱들은 글씨체를 만들지도 않았고 B급 정서를 갖거나 패러디를 하지 않았다.
배민이 이러한 이미지를 추구한 이유 간단하다. 핵심고객 때문이었다. 배달 앱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20대들이다. 당시 20대들은 개성있고 위트있는 것들을 선호했다. 콘텐츠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내용만 재미있으면 좋아했다. 이말년의 웹툰이 그러했고 비락식혜의 의리 광고는 최고봉에 있다.
하지만 비락식혜 인기는 시들해졌고 이말년은 개인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반면에 배민은 꾸준히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배민이 이렇게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데는 무슨 비결이 있을까?
그 비결은 '내면화'에 있다. 배민은 매달 잡지 하나를 선정하여 광고를 게재한다. 내부적으로 '잡지테러'라고 불리는 이 광고 시리즈는 배민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만들어진다. 한달에 한번씩은 배민 구성원 모두가 배민스러운 카피에 대해 생각하며 스스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고방식도 점점 배민스러워진다. 배민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배민스러운 아이디어도 많아진다. 이것이 배민이 브랜드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오래가는 브랜드 이미지는 강압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가 직원들도 좋아하는 이미지여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자발적인 참여도 이끌어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가 잘 나타나도록 의사결정 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위와 같은 퀄리티는 승인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