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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핀 pin insight Jul 24. 2018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

브랜드 이미지는 의외로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한다

*내용 전개상 욕설 및 비속어가 불가피했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상륙한지도 2년 반이 넘어간다. 초거대 기업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기에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다행히도(?) 넷플릭스는 보는 사람만 보는 서비스로 남아있는 것 같다. 오리지날 컨텐츠 덕분에 매니아를 거느리고는 있지만 아직 대중적이라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대중성은 왓챠 플레이와 옥수수가 더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내 생각에는 아직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포인트는 바로 자막이다. 넷플릭스 컨텐츠는 대부분 외국어다. 오리지날 컨텐츠 같은 경우에는 수입된 적이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 측에서 자막을 달아줘야 한다. 그런데 자막이 아쉽다. 어벤져스의 누구처럼 번역을 잘못했다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자막이 너무 딱딱하다.


 자막이 딱딱하다는 말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주요 컨텐츠다. 유튜브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넷플릭스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그런데 유튜브로 보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넷플릭스로 보면 재미없다. 왜 그런가 봤더니 자막이 차이난다. 유튜브 자막은 다음과 같다.

유튜브에서 스탠드 코미디는 이 급이다 | 출처 : 유튜브 > 루이스 CK의 여자가 ㅅㅅ를 싫어하는 이유

 유튜브는 거침 없다! 존나! 씨발! 이런 단어는 우습다. "ㅇ릅ㅇㄼ읍 응ㅂ" 같은 외계어도 쓴다. 이런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 넷플릭스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봤는데 아오 씨발!을 아오 빌어먹을! 수준으로 순화된 것을 본다면 어떨까? 스탠드업 코미디인데... 말투가 너무 착해 빠졌다!

ㄴㄴ, ㅇㅇ 같은 말도 그냥 자막으로 쓴다  | 출처 : 유튜브 > 루이스 CK의 여자가 ㅅㅅ를 싫어하는 이유

 유튜브 자막은 유튜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단다. 예시로 든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 같은 경우는 유튜버가 영상에 직접 자막처리를 해서 업로드했다. 반면에 넷플릭스는 잘 나가는 글로벌 회사여서 유튜브의 아마추어스러움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이 미세한 차이가 콘텐츠의 재미를 극과 극으로 갈라놨다. '그래'과 'ㅇㅇ'는 사소하지만 아주 다르다.


 브랜딩을 하는 입장에서도 고민해볼 문제다. 같은 말이어도 '어'다르고 '아' 다르다. 언제 어떤 말투를 쓸까? 개그치는 부장님처럼 보이진 않을까? 더 잘 어울리는 말투가 있지 않을까? 더 잘 어울리는 글꼴도 있지 않을까? 무언가 의도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신경쓰지 못한 경우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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