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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핀 pin insight Jul 26. 2018

안 좋은 경험을 디자인하자

좋은 경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큰 감동은 언제 올까? 아주 착한 일을 했을때? 착한 일을 꾸준히 했을때? 나는 ‘나쁜 일이 일어났지만 곧 만회할만큼 좋을 일이 일어났을 때’라 말한다. 추위에 떨다 먹은 국밥, 더위와 일에 지쳐 마시는 맥주. 맛집을 헤매다 그냥 들어간 식당. 이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도 작은 나쁜 일 이후에 오는 감정들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보통의 일들은 그걸 만회할만큼 좋은 일이 없다보니 소확행만 남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상실의 시대라고 번안했나?

 어쨌든 감동을 주려면 먼저 나쁜 일을 겪게 해야하는데, 브랜딩에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치명적이진 않지만 안 좋은 일... 예컨데 이런 것들이다. 이벤트 상품이 20개 마련되어 있다면 한번에 상품을 풀지 않는다.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 중 추첨으로 10분께 상품을 드려요! 하고 당첨자 10명을 발표한 다음 반응을 살펴본다.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으면 나머지 10개를 더 뿌린다. 그럼 혜자가 될 수 있다. 원래 준비한 것은 20개지만 한꺼번에 줄 때와 나눠주는 것은 다르다.

애초에 40석을 더 뽑지 않고 나중에 다시 준다! | 배달의 민족 공식 인스타그램

 이번엔 캠페인을 진행하고 증정품을 나눠주는데 한명에게 증정품 중 한가지를 빼먹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아이고 죄송합니다 하고 빨리 빠진 제품을 주면 될까? 안된다. 부정적인 경험보다 더 큰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 나중에 빠진 것을 받는다해도 나만 무언가 못 받았다는 경험이 더 크다. 차라리 시크릿 이벤트 당첨! 이라면서 빠진 것보다 더 큰 선물을 주는 것이 낫다.


 그럼 공짜 증정품은? 좋지 않다. 이건 부정적인 경험이 없다. 퍼주기만 하는 사람은 질리게 된다. 혹은 아쉬운 사람으로 보인다. 아쉬운 사람은 매력이 없다. 돈을 받지 않는다면 다른 것을 받아야 한다. 시간, 노동력. 뭐든 상관 없다. 그냥 주지만 않으면 된다.

먹고 싶게 해야지 입에 넣어주면 안된다

 그러니 내가 맡은 것에 부정적인 것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비싸다, 제품 기능이 떨어진다, 심미성이 떨어진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규모가 작다. 이런 것들은 단점이자 장점이다. 비싼 것은 제 값을 하면 되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성능 좋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귀한 것이다. 규모가 작아서 디테일까지 신경쓸 수 있다.


 히어로물은 악당 캐릭터를 잘 빌드업시켜야 한다. 아주 강하고 치밀한 악당을 이겨야 히어로도 돋보이니까. 마찬가지로 큰 실수를 해도 대처를 잘하면 감동을 받는다. 못 생긴 표정을 지어도 당당해야 비글미가 되고 남들이 놀리는 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면 개그가 된다. 인간미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악당에 대처할 필살기를 하나씩 준비해두자.

그럼 이만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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