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충성도에 대하여
브랜드 충성도는 사실 말하기 좀 어려운 부분이다. 한 브랜드를 계속 구매하는 것만이 브랜드 충성도를 나타내진 않는다. 아이폰 사는 사람 중에는 그냥 아이폰이 '있어보여서' 사는 사람도 있다. 다른 '있어보이는' 스마트폰이 나온다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봤을 때 브랜드 충성도는 '얼마나 반복적으로 구매하느냐'보다는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가 더 중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정확한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고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애초에 브랜드란 만든 사람 이름을 남긴 것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로 생각해보는 것이 더 쉽다. 어떤 친구는 아주 특출 점이 있거나 생산적인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편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관계일 수 있다. 다른 친구는 편하지는 않지만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아서 하자는대로 맞춰주기며 만나기도 한다. 혹은 매번 약속시간에도 늦고 평소에 얼굴보기도 어렵지만 만나면 즐겁고 유쾌해서 만나면 좋은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관계'를 염두해놓고 옛날로 돌아가보자. 상권은 마을단위고,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은 산에 자리잡아서 모두가 양을 키운다. 모두가 양고기를 팔고, 양 우유를 팔아서 생활한다. 모두가 같은 제품을 파니 이웃사람이 내 제품을 몰래 훔쳐다가 팔아도 구별이 안됐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고시원처럼 내가 팔 물건들에 내 이름을 써놓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내 이름이 써진 물건들을 사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른 이웃들이 파는 제품과 다른 점은 이름을 써놨다는 것 뿐인데 말이다!
내 친구들이 나한테만 물건을 사가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물건에 본인들 이름을 적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누가' 파는지를 보고 물건을 골랐다. "얘는 평소에 꼼꼼한 애잖아, 고기도 꼼꼼하게 관리했겠지", "얘는 평소에 약속을 잘 지켜, 얘랑 계약하면 고기도 제시간에 받을 수 있겠다", "얘는 평소에 굳은 일 많이 하던데, 도와줘야지", "얘 진짜 재미있는 애야, 친해지고 싶다!", "얘는 양을 엄청 애뜻하게 생각해, 사랑받고 자란 양 우유는 맛도 다르겠지" 저마다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했을 것이다.
지금은 시장이 너무 커지고 복잡해져서 가상의 이름을 쓰고, 브랜드를 대변할 모델을 따로 내세우고 하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 아니, 제품간 차이가 적어진 지금 더 필요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소비자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느냐가 브랜드 충성도의 핵심인 것이다. 관계를 잘 쌓으면 잘 쌓을수록 실수를 해도 눈감아 줄 수도 있다. 반면에 한번 어긋난 관계는 회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좋은 관계였다가 관계가 깨지면 거의 회복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