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충성도는 '관계'를 다루는 것이라 믿는다
사람들은 웬만하면 친한 사람이 파는 것을 사고 싶어한다. 혹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파는 것을 사고 싶어한다. 브랜드를 소비한다는 것은 '나 이 브랜드와 친해요' 혹은 '나 이 장인 알아요'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단순히 소비자와 공급자의 관계로 남아있으면 브랜드 충성도는 생각해볼 수도 없다. 브랜드 충성도는 '관계'의 영역이라고 믿는다.
그럼 어떻게 관계를 쌓아가야 할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와 공급자 관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이는 생각보다 쉽다. 관계를 정의해주기만 하면 된다. 나이키 런클럽 앱에서는 앱사용자들을 '러너'라고 부른다. (거의 각인시키는 느낌이다.) 이로써 나이키는 러너와 러닝 메이트의 관계를 이루게 된다. 애플은 애플 관련 유튜버들을 '미디어'로 임명하고 주요 행사에 초대한다. 애플의 '미디어'들은 애플에 더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되고, 미디어가 되지 못한 유튜버들은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애플을 소개한다. 어떻게 보면 이름하나 지어준 것 뿐인데 말이다.
우리는 똑같은 행동이어도 누가 했는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진다.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의미를 모르는 사진을 올려도 좋아요를 누른다. 브랜드도 똑같다. 특히 SNS에 실리는 광고들은 브랜드 이름이 먼저 보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피드를 올려도 브랜드만 보고 믿고 거를 수도 있다. 반대로 브랜드만 보고 묻고 따지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 SNS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한, 브랜드 이름을 숨기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좋은 관계를 못 쌓았으면 다른 친구(다른 페이지)에게 소개해달라고 하는 수 밖에.
하나 더. 소비는 꼭 돈을 쓰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과 노동력. 이 둘도 소비의 개념에 들어간다.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원하는 상대가 계속 나를 소비하게끔 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소비해서 질리게 하거나 고갈되게끔 하면 안된다. 원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만큼이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키는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며 런클럽 앱을 제공한다. 반면에 샤넬은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듯 셀럽들만 크루즈 쇼에 초대한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서 저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