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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핀 pin insight Jul 25. 2018

'아무말대잔치'가 필요한 시대

영화 [커피와 담배] 리뷰

 최근 들었던 말 중에 제일 나를 돌아보게 했던 말은 절친한테 들었던 "쓸 떼 없는 이야기는 하면 안돼?"란 말이다. 저 말을 듣고 이 친구와 나눴던 대화들을 생각해보니 아주 강박적으로 의미있는 대화만 하려고 했다. 삶에 도움이 되는 작은 팁, 관계에 대한 고찰, 최근에 맡은 과제 이야기, 친구가 준비하는 프로젝트 이야기. 이 친구는 나보다 장황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라 프로젝트 같은 이야기를 할 때면 내가 간혹 '서론은 빼고, 물어보려는 게 뭔데?'하고 물어보곤 했다. 그래서 결국 "쓸 떼 없는 이야기는 하면 안돼?'란 말을 들어버렸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도 그렇다. 영화에서 주제와 의미를 찾는다. 주제를 찾기 어려운 영화를 보고 스스로 주제를 찾은 사람은 아주 높은 평점을 주지만 주제를 못 찾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영화야'하면서 악평을 한다. 이번에 리뷰할 [커피와 담배] 영화를 만든 짐 자무쉬의 영화도 대부분 '이게 무슨 영화야' 생각이 든다. 영화가 거의 아무말대잔치이기 때문이다.

커피와 댐배 옴니버스 내용 중 일부분

 정말 그냥 커피 마시고 담배 피면서 나누는 대화들 모음집이다. 그래서 엔딩크리딧이 올라갈 때면 영화를 본 느낌보다는 그냥 시시콜콜하게 의미없는 수다나 떤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지금 우리 세대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지금 우리 세상은 의미 넘치는 대화로 가득하다. 가득해도 너무 가득하다! 주말 아침에 그냥 커피 햇볕 좋은 곳에 앉아서 커피 한잔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힐링이다.


 또 하나.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유대감이 쌓인다. 의심스러우면 V앱에서 나누는 대화들이나 인스타 라이브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보자. 보통 아무말 대잔치다. 그럼에도 많은 팬들이 참가한다. 그것만으로도 본인들이 좋아하는 셀럽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으니까!

쓸 떼 없는 것에 끝판왕인 유병재 대실망 물물교환전

 그래서 단합을 하자고 취할 때까지 술 마시기도 한다. 취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대부분 모르지만 유대감은 쌓이니까. 근데 단합은 하자고 해서 하는 건 아니다. 그냥 개인의 취향껏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같이 커피 마시는거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같이 담배를 피우는 것. 그것이 단합이고 유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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