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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핀 pin insight Aug 08. 2018

세로 영상 많이 보나요?

매거진 B 인스타그램 편 리뷰

 최근에 친구가 유튜버를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최근까지 핵심 쟁점은 이거였다. "왜 스마트폰을 돌려서 안봐?" 친구와 나는 영상을 볼 때 스마트폰을 돌려서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요새 어린(?)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굳이 돌려서 보지 않는다고 한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터페이스상 세로로 놓고 보는 것이 더 편하지 가로로 돌리는 것은 귀찮다고 한다. 아니, 손목만 까딱하면 되는데 그게 귀찮다고? 벌써부터 세대차이가 느껴졌다.

난 아니였는데... 아저씨가 다 되었다. | 그림출처 : 마케터의 일

 그러고 보면 전시를 보는 방법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전시회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엄연히 금지였다. 플래시 불빛에 작품이 훼손될수도 있어서지만, 더 큰 이유는 작품이 노출되면 굳이 전시회에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금기를 대림미술관은 훌륭히 깨버렸다. 전시장은 포토존이 되었다. 셔터음이 가득하다. 작품을 가릴까봐 사람 뒤로 돌아가는 것은 더 이상 매너가 아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보다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대림미술관, D뮤지엄의 흔한 모습 | 사진출처 : 매거진 B 인스타그램 편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인스타그램이 있었다. 유명해지고 싶으면 누구나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서 인기있을만한 비쥬얼)한 사진을 찍어서 해쉬태그 3~4개만 잘 올리면 된다. 대림미술관 작품들이 그랬든 카페 메뉴도 비쥬얼이 중요해졌다. 아니, 온갖 먹을 것들이 비쥬얼 중심으로 변해갔다. 혹은 인테리어에 아주 신경쓴다. 그래서 카페가 아닌 스튜디오가 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세상은 비쥬얼 중심으로 변해갔다.


 나는 초창기 인스타그램을 더 좋아한다. 인스턴트 카메라 로고도 그렇고, 고집스럽게 정방형 프레임만 제공하는 것도 좋았다. 옛것을 고수하는 외골수 예술가 같달까? 그런데 어느날 로고가 바뀌더니 다양한 프레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나한테는 돈맛을 알아버려 대중적인 노선을 탄 예술가 같았다. (쓰고 보니 더콰이엇같네) 그만큼 확실히 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가 되긴 했다.

인스타그램 신규 서비스 런칭 쇼 | 사진출처 : 매거진 B 인스타그램 편

 그런 인스타그램에서 또 고집스럽게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했다. 그것은 바로 세로형 영상플랫폼 IGTV다. (IGTV라 쓰고 인스타그램 티비라 읽는다. 왜..?) 6월말부터 인스타그램에 자연스럽게 제공된 이 서비스는 옛 인스타그램스럽게 화면 전환이 안된다. 가로형 영상은 무조건 스마트폰을 눕혀서 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국내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지금 국내에서 IGTV를 제일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역시나 대림미술관이다.

세로 영상을 제일 감각적으로 쓰는 듯하다 | 출처 : 대림미술관의 IGTV

 나 또한 유튜브 세대들은 스마트폰을 세로로 본다고 하니, 세로 영상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튜버를 하고 싶다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는데 공감하지 못했다. 하긴, 나부터가 세로형 영상을 본적이 거의 없다. V앱이나 인스타 라이브 정도? 근데 이 둘은 영상을 본다기보다 소통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 영상도 동적이기보단 정적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많은 영상들이 가로이기도 하고. 그럼 대체 왜 유튜브 세대들은 스마트폰을 세로로 놓고 볼까...


 그나마 친구 중에 아직 덜 아저씨 같은 녀석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유튜브 많이 봐?" "그럼 방향 전환해서 봐?" "왜 방향 전환 안해? 영상이 너무 작잖아"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다음에 볼 영상도 미리 찾아보기도 하고, 댓글이랑 같이 보려면 세로가 더 편해" 아...! 중요한 두가지를 잊고 있었다. 아니, 난 이제 아저씨가 되서 머리로만 알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번째는 유튜브 영상은 그렇게 몰두해서 심각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쌍방향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이 쌍방향성을 지닌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 자신은 댓글을 잘 남기지도 않고,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냥 TV보듯이 일방적으로 영상만 보고 있었다. 일방향적인 영상은 이 친구도 맘잡고 패드나 노트북을 통해 큰 영상으로 본다고 한다.


 세로형 영상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진화심리학적으로 생각해보길 좋아하니까, 태초로 돌아가서 시선이 세로로 가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본능적으로 위아래로 보는 것들이 무엇일까. 조금씩 과거로 돌아가자면, 우선 글이 그렇다. 문장 자체도 세로로 썼지만, 한 페이지로 생각해봤을때 결국 세로로 길게 늘여뜨린다. 포스터도 세로로 만든다. 초상화도 세로다! 그러고보니 특정인을 스캔(?)할 때, 우린 위아래로 훑어본다. 아, 정보를 확인할 때 우린 위아래로 보는구나.


 이는 생존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면 나에게 위협이 될 지 확인해야 했다. 원시 상태에서는 당연히 크기가 그 기준이었을 것이다. 나보다 크면 위험한 녀석이고 나보다 작으면 나보다 하찮은 녀석이다. 그래서 시선이 위로 가면 웅장하고 힘이 느껴지는 것 같다. 반대로 시선이 아래로 가면 우월성을 느낀달까? 대상이 귀여워보인다.


 그럼 세로 영상은 정보성 영상이나 대상에 집중해서 생각해봐야겠다. 일단 움직이는 포스터를 생각해볼 수 있겠고. 대상의 감정선에 집중해볼까? 일단 앵글에 2명 이상은 나오기 힘들긴 하겠다. (사실 두명도 좀 비좁을 것 같긴 하다) 대신 유튜브는 가로 영상이 더 좋을 것 같긴 하다. 세로 영상은 댓글 보기도 어렵고, 라이브로 보면 소통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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