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이블] 리뷰
광복절이기도 하니까, 다시 우리나라 영화 [더 테이블]. 오랜만에 한번에 이해가 안되는 영화를 봤다. 영화 제목에 걸맞게 어느 카페에 한 테이블에서 오고 가는 네 가지의 대화가 엮여있다. 영상미도 좋고 오고가는 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짐 자무쉬가 떠올랐다. 동시에 영상미가 좋아서 과대평가된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왓챠 리뷰를 보기 전까진.
먼저, 이들이 선택한 음료에도 디테일이 숨어있었다.
첫번째 에피소드. 연예인과 연인관계였다는 것을 직장 동료들에게 과시하고 싶었던 남자는 대낮에 맥주를 시켰다. 과거 연인을 만나보고 싶었던 여자는 연예인이라는 신분에도 선글라스를 벗어놓고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으로 볼 때, 현재 심리가 반영된 선택인 것 같다.
두번째 커플은 초코 케이크를 시켜놓고 먹지도 않고 떠났다. 보아하니까 남자가 보이는 것마다 사주고 싶어서 산 것 같은데. 여자는 먹어보진 않았지만 맛있게 표현해낸다. 나도 자리를 떠난 두 남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못봤지만 달달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세번째 에피소드. 전부터 결혼사기를 해오던 두 여자. 이번에도 단맛 좀 보려고 했으나 이번엔 단맛을 보려는 것이 아니었다. 라떼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게. 동시에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숨은 디테일이 하나 더 있다. 여자는 애꿎은 꽃을 왜 이렇게 다 뜯어놨냐고 화를 내지만 남자는 이미 죽은 꽃이라 한다. 마음 가는대로 사랑을 이어가보려는 여자와 이미 끝난 관계라고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이 대변된다. 하긴. 이미 식어버린 커피와 술마신 상태로 시킨 홍차가 섞일 일은 없겠다.
심리 묘사도 여주 위주로 되어있다. 내가 이런 찌질한 남자를 좋아했었나? 이렇게 가벼운 남자를 좋다고 기다렸나? 내 처지에 사랑이 가당키나 할까? (사랑을 지키려고 또 거짓말을 해야하는구나) 마음가는 길이랑 사람가는 길이랑 다르구나. 하긴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김혜옥, 임수정에 비해 남주는 이름조차 낯설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나보다. 나는 여자 마음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외면하고 별점테러를 할 뻔했다. 그런데 어떤 마음인지 들어보니 이해가 됐고 공감이 됐다. 남남 여여로 나뉜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광복절을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