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곧 인식의 싸움이다.
인턴 시절, 주로 내가 출근하면서 우리 팀에 배정된 신문을 챙겼었다. 그렇다고 신문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신문 1면 헤드라인을 보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날, 평소와 똑같이 신문을 받았는데, 순간, 내가 받은 것이 신문이 맞나 의심스러웠다. 그 날 신문 1면에는 헤드라인이 없었다.
내가 받은 것은 하이컷 잡지와 더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중앙일보의 신문이 맞았고 믿기지가 않았다. 이 신문을 본 우리 팀 선배들도 '역시 구찌다', '구찌봤지?' 하며 난리가 났다. 팀장님께서는 이런 크리에이티브를 내자는 의미로 신문 1면을 벽에 붙여두셨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그 동안 '신문 전면에 광고를 실으려면 얼마나 들까?' 하는 질문은 많았지만 '왜 구찌가 신문 전면에 광고를 냈을까?'하는 질문은 없었기 때문이다. 구찌의 핵심 고객들이 '신문'을 볼까? 아니면 신문 전면에 광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럼 구찌는 왜 신문 전면에 광고를 냈을까?
눈에 보이는대로 말하면 '신문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구찌를 알리고 싶어서'이다.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신문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달라진 구찌를 알리고 싶어서'이다.
지금의 구찌는 아주 젊은 브랜드가 되었다. 구찌에게는 '힙하다', '화려하다', '트렌디하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싸이, 블랙핑크, 레드벨벳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착용하는 브랜드이자 이런 연예인을 동경하는 이들의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구찌가 이렇게 변한 건 채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아래 예전 구찌를 보자.
대부분의 구찌 템들은 이렇게 생겼었다. (지금도 일부 남아있다.) 게다가 예전에 구찌는 돈 많은 동네 노는 형들이 입는 느낌이거나 부를 과시하려는 졸부들이 드는 느낌이였다. 그도 아니면 부를 과시하려는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 아웃렛에서 싸게 하나 마련한 느낌이었다. 예전의 호날두나 지금의 비와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예전의 호날두와 지금의 호날두가 다르듯, 예전 구찌를 아는 세대와 지금 구찌를 좋아하는 세대는 다르다. 정신연령으로 치자면 20대와 40~50대 정도 차이다. 지금의 구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과 v앱을 보는 편이고 예전의 구찌로 아는 사람은 대체로 신문을 볼 세대다. 이 둘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신문광고를 했으리라.
옛날의 구찌로만 알던 사람들에게 이런 구찌의 변신은 꽤 큰 충격일 것이다. 게다가 구찌는 기존의 구찌를 파괴하고 싶었는지, 신문 광고의 형식을 파괴해버렸다. 이로 생각해봤을 때 이 광고는 과거와의 결별을 알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럼 굳이 결별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렇다'다. 명품은 제품에서 비롯되지만 제품만으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빛을 발하지 못한다. 구찌의 '힙한 럭셔리'가 좋아서 샀는데 예전 구찌취급받는다거나 40~50대들도 같은 구찌템을 들고 있다면 기분 좋을까? 내가 구찌를 입었는데 아무도 구찌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굳이 구찌를 살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