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한 것보다 캐주얼하고 킹받는 것
미래를 내다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기에, 22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작년 콘텐츠 트렌드를 톺아보려 한다. 이 글을 작성하기 전에 트렌드 코리아 2022 키워드를 훑어봤으나 이번 글에서 다룰 콘텐츠 트렌드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으니 올해 콘텐츠 제작을 준비한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4년 전에 쓴 글에서 밝혔듯이 SN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정이다.
- SNS에서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이유
특히 회사 공식 계정에서 업로드한 콘텐츠는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매번 아이폰을 구매해 사용하는 아이폰 유저들이라도 애플 공식 유튜브를 구독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오피셜한 것이 아니다. 오피셜한 콘텐츠에 가까운 드라마와 영화도 이제는 OTT를 통해 본다. 심지어 뉴스마저도 공식 언론사가 아닌 뉴스레터를 통해 캐주얼하게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카드 뉴스는 예전만큼 큰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 뉴스는 너무 오피셜하거나 정보량이 많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제목을 쓴 첫 장과 핵심 내용만 전달하는 영상 하나로 구성된 콘텐츠가 더 반응이 좋다.
작년에 현아의 I’m not cool 싱글이 발매했을 때도 이런 캐주얼함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I’m not cool 춤은 짱구의 삼바춤과 춤사위가 비슷하단 의견이 많았다. 예전 같으면 아는 형님 같은 예능에 나와서 희화화하는 것으로 그쳤겠지만, 현아의 소속사 피네이션은 아예 공식 계정에 짱구 영상과 함께 편집한 영상을 올렸다. 이렇게 캐주얼한 콘텐츠는 만우절에나 볼 수 있었다.
- 현아 틱톡 공식 계정에 올라온 삼바춤 짱구 영상
작년부터 시작한 장삐쭈의 이 시리즈 영상도 다른 시리즈보다 작화 퀄리티를 의도적으로 매우 낮춰 캐주얼하다. 그것이 오히려 장삐주을 구독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 비결로 보인다.
- 장삐쭈의 이 시리즈 : 전 여자 친구 편
킹받는다는 말은 원래 열받는다는 말로, 모든 말과 상황이 ‘열받네~’ 한마디로 정리됐기 때문에 마법의 단어란 의미로 킹받네란 표현이 됐다. 킹받는다는 말은 본디 이말년이 자주 쓰던 말이기도 하고, 이말년은 억지 밈을 밀면서 시청자를 킹받게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유행어로 굳혀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말년은 열받으면서도 헛웃음이 나온다. 또 의외로(?) 정말 화나지는 않게 선을 지키기 때문에 킹받는 것이 매력포인트로 작동한다.
작년 한 해 킹받는 것으로 성공한 사례를 보자면 비대면 데이트의 최준, 매드몬스터, 미노이, 빠더너스의 문상훈 등이 있다. 다들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대놓고 킹받는 짓(?)을 하며 개그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기도 하다. 절친이 실수했을 때 위로하기보다 웃으면서 놀리듯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 킹받지만 유쾌한 콘텐츠들 (네…! 카카오뷰로 돌아오면서 브런치도 시작했답니다)
문제는 킹받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킹받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찌질함을 훔쳐와야 한다. 동시에 훔쳐온 찌질함이 위선으로 느껴지면 안 된다. 거기다가 정말 킹받지는 않도록 선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오히려 항상 멋지고 잘난 사람보다 성장형인 사람이 더 성공할 수 있는 해가 될 것 같다. 완벽한 것보다 캐주얼한 것이 더 사랑받는 시대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더라도 일단 시작해보기로 하자. 영감 핀 계정도 지금보다 훨씬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