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하는 일을 되돌아보자
작년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브랜드 마케터로서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특히 구직할 때, 구직자로서 나다움이 잘 브랜딩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다움은 철학에서 비롯된다 믿기에 나만의 업의 철학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철학이 너무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지면 안 되기에 마케터라면 알법한 우아한형제들의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패러디하기로 했다.
(해당 내용은 제 커리어리와 인스타그램, 블로그에도 올렸으나 브런치에 가장 자세히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1. 나에게 1분이 상대방에게는 1분이 아닐 수 있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시간은 꼭 준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물리학적인 관점에서도 시간은 상대적이듯, 제가 1분 고민하고 지시한 업무가 상대방에게는 1시간이 소요되는 업무일 수 있습니다.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은 항상 확인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과 서로 기한에 맞출 수 있도록 시간을 조율합니다.
2. 업무는 수직적, 아이디어는 수평적.
회사에 소속된 이상,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갑자기 바꾸기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능동적으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어야 하기에 모든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만 선별해서 받고자 한다면 구성원들은 본인의 아이디어를 자기검열하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주 좋은 아이디어는 거의 없습니다.
또한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는 무조건 내 아이디어만 옳다는 자세를 지양합니다. 모든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 배경과 흐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3. 업계 이슈에 대한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한 곳입니다.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소중하며 사생활에 관련된 질문은 실례일 수 있습니다. 또한 친목으로 시작되어 그룹이 생기는 것은 다른 구성원들에게 거리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잡담은 요즘 뜨는 브랜드나 마케팅 캠페인 및 어떤 콘텐츠를 봤는지와 같이 업계에 관련된 내용을 위주로 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구성원 간의 지향하는 톤 앤 매너를 맞출 수 있으며, 협업할 브랜드나 모델을 선정하는 등 간접적으로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쓰레기는 내가 먼저 버리자.
이 업무는 내 업무가 아니니 안 하고, 남은 업무는 누가 하고 책임은 누가 질지 고민할 시간에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합니다.
또한 수저 놓기, 물 따르기, 커피 따르기 등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합니다. 제 커피 맛은 제가 제일 잘 아니까요.
5. 휴가나 퇴근 시 눈치 안 봐도 될 만큼 일하자.
업무를 제 때 잘 끝내는 것을 보람으로 여깁니다. 퇴근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짓고 전체 업무 흐름에서 제가 해야 할 업무량을 고려해서 일정을 잡습니다. 휴가로 부재중일 때는 제게 확인해야 할 일이 없도록 확인이 필요한 일들은 먼저 전달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다른 구성원이 휴가를 가게 될 때에도 대신 처리해야 하는 일은 없는지 미리 확인해서 처리하고자 합니다.
6. 팩트에 기반한 의견을 보고하자.
배경지식 없이 데이터만 본다면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공유받을 사람에게 팩트를 먼저 공유한 뒤, 데이터에 대한 의견을 덧붙입니다.
7. 일을 할 때는 항상 목적을 유념하자.
일을 할 때는 반드시 그 일의 목적을 생각합니다. 특히 일을 하는 중간에도 목적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마케팅 환경은 항상 급변하며 업무 환경, 기간, 예산, 공유 대상자도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주어진 환경 아래에서 마케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일을 기획하여 진행합니다.
8.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하자.
마케팅 캠페인은 즉각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믿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은 브랜드 자산이며, 자산은 복리로 늘어납니다. 진행될 마케팅 캠페인이 추후 브랜드 아카이브에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9. 나 스스로 부끄러운 일은 하지 말자.
우리는 성숙한 시민입니다. 남몰래 저지른 일일지라도 스스로에게 죄책감으로 남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으며, 양심적으로 떳떳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그래야 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기도 하니까요 :)
10.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사람과 함께 한다.
다른 사람이 없다면 마케팅 업무는 할 수 없습니다. 브랜딩, 마케팅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이유도 사람이 사람을 중점으로 인간적인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사람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마케팅 업무는 필연적으로 타 부서에 일을 과중시킨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일은 사람이 하니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고자 합니다.
11. 이끌거나 따르거나, 따로 하거나!
브랜딩, 마케팅 업무는 근사해 보일 수 있으나 하고 싶은 대로만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맡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는 구성원의 역량을 고려해야 하며 구성원의 의견이나 외부 환경에 의해 언제든 제 의견이 굽혀질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팔로워십을 발휘해야 할 때는 왜 이 일이 안 되는 지보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목적에 맞게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합니다.
만약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됐을 경우, 회사를 퇴직하기보다는 개인 프로젝트를 통해 작게 실행해보고 다시 회사 일에 접목할 수 없는지 연구해봅니다.
물론 이 방법들도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생각으로 바뀔 수 있으니 (이미 보고에서 공유로 단어가 바뀌었다) 매년 이 글을 돌이켜보며 업데이트를 해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