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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핀 pin insight Jun 20. 2018

인생은 '오목'이라는 아이러니

영화 [오목소녀] 리뷰 (슈뢰딩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오목소녀]는 호불호가 나뉠 영화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다가 현실성 없는 캐릭터도 많다. 연출도 유치한 부분이 몇몇 보인다. 러닝타임도 한시간 채 안된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백승화 감독의 인터뷰를 살펴보자.

빅이슈 179호 백승화 감독 인터뷰
남들이 부러워 할 엄청난 무언가는 아니지만,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다. 이 영화를 볼만한 이유는 영화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유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미생이 사회초년생의 삶을 '바둑'에 비유했다면 이 영화는 인생을 '오목'에 비유했다.


 주인공 이바둑(이하 바둑이)은 바둑 신동이었다. 그녀가 바둑을 두면 지는 일이 없었다. 바둑에서 이기면 이길수록 주변 사람들의 기대는 커져갔고 바둑이의 부담은 커져만 갔다. 바둑은 이기는 수가 보이지 않는 판에서는 수를 둘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바둑을 관두게 되었다.

 그렇게 바둑이는 바둑 신동에서 기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바둑을 둘 때의 열의는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은 그저 초등학생과 오목을 두며 말싸움이나 하는 처지가 되었다.

바둑이는 참지 않긔!

 그래서인지 바둑이는 시니컬하다. '그깟 오목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러다가도 잘 폭발한다. "니가 뭔데!", "그러니까 그 모양이지!"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편이다. 쉽게 열받고 쉽게 초조해한다. 바둑이는 오목을 두기로 하지만 오목에 '오'짜만 들어도 화가 뻗힌다. 그냥 모두 다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래도 뭔가 하긴 해야겠고, 돈은 없고. 계속 오목을 두지만 불안한 것은 매한가지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초조하기만 하다.

 이는 비단 바둑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20대 태반인 백수. 대기업 공무원만 쫒는 사람들. 온라인상에서 난무하는 악플들. 이바둑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현실이 보인다.

 바둑이는 스스로 과거로부터 벗어나면서 불안감을 떨칠 수 있었다. 그렇다. 본인을 구제해줄 수 있는 것은 본인뿐이다.

 바둑이는 오목을 두면서 인생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거창한 바둑이 아니라 소소한 오목을 쌓아가는 것이다'


 인생은 소소한 것들을 합쳐져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백승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결과를 위해서 과정은 나빠도 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어차피 결과를 알 수 없다면 과정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말에는 약간 아이러니함이 있다.

바둑은 실수를 해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오목은 한번 실수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사실 설정부터 아이러니하다

 오목을 소소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 말이 너무 잔인하다. 오목 자체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고 하지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승부에 초연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이겠지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현실이 잘 반영된 말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B급 영화라서 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몰라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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