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을 마케팅은 없을까
고백하건대,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보다 콘텐츠와 브랜딩에 더 친화적인 마케터다. 그래서 첫 취업도 쉽지 않았고 브랜드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퍼포먼스 마케팅이 효율이 급락하면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대체할 마케팅을 찾는 흐름이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배너 클릭률이 낮아졌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A/B테스트를 하며 마케팅을 하는 경우는 이제 거의 기본이 됐다. 하지만 A/B테스트를 하면서 한쪽이 배너 클릭률이 낮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이유를 정확히 말할 수 있는가? 비교를 위해 A/B테스트를 하려면 생각보다 더 많은 조건들을 통제되어야 한다. 시기에 따라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다르고 사람들은 맥락에 따라 움직인다. 어제 할인한다는 광고를 본 고객이 구매를 미뤘다가 나중에 구매를 하고자 할 때 할인을 하지 않는다면 다시 구매를 미룰 수 있다. 아예 할인하는 시즌에만 구매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런 경우 당연히 할인을 소구로 한 광고에만 클릭률이나 구매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니 테스트 자체가 오염됐다고 봐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할인된 가격에만 매출이 생기는 것이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미지만 저렴해질 뿐이다.
ROAS 1919%, 광고비 없이 도달수 600만 건!
전 회사에서 월 최대 ROAS(광고비 대비 매출)는 1919%였고, 포트폴리오 계정은 광고비 투자를 하지도 않는데 게시물 1개가 노출 890만 회, 도달만 600만 건이다. ROAS가 1919% 일 때 월광고비는 고작 11만원이어서 매출액도 고작 2천만원이었다.(물론 이 매출액도 해당 업계에서는 높은 매출로 인정받는다) 노출 890만 회, 도달 600만 건인 게시글은 광고비를 쓰지 않았으니 엄밀히 말하면 ROAS를 계산할 수 없다. ROAS만 따졌을 때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모든 데이터에는 해석을 덧붙여줘야 한다. ROAS가 1919%인 것은 어떤 업계에서는 당연한 수치고, 어떤 업계에서는 아주 높은 수치다. 또한 월 목표 매출이 2억인데 월 매출액이 2천만원에 그쳤다면 ROAS가 1919%여도 그 마케팅은 잘못된 것이다. 운 좋게 광고비를 투자할 생각 없이 브랜딩을 위해 만든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게 된다면 ROAS는 계산할 수 없지만 당연히 잘한 마케팅일 것이다. (이 경우에는 다른 KPI를 잡아야겠지만) 마케팅을 할 때는 항상 목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케팅 의사 결정 기준이 그 브랜드를 말해준다
투자 대비 효율을 안 따질 마케터와 의사결정권자는 없을 것 같다만, 그렇다면 적자만 기록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마케팅을 할 때도 ROAS 외에 다른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이 판단기준으로 전에 소개한 ROI도 좋고, 브랜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가이드가 있으면 더 좋다. 마케팅 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서서히 나타나는 것도 있고,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다가도 꾸준히 하다 보면 오래 한 것 자체로 마케팅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제는 콘텐츠가 역주행도 할 수 있는 환경이지 않은가! 그래서 제일 좋은 판단 기준은 마케팅한 내용들을 아카이빙 하여 전시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마케팅관점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 미국에서 했었던 마케팅 사례 하나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마케팅 캠페인은 그저 면도하는 과정을 하루하루 벽화가들이 그리는 것뿐이다. 아이디어가 기발하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는 벽화가들이 고층 빌딩에 매달려 벽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가 된다는 점이다. 만약 저 이미지를 디지털로 표현했거나, 로봇이 자동으로 그렸다면 이만큼 눈길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저 커다란 빌딩에서, 저렇게 커다란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경외롭게 느껴진다. 이런 마케팅은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기기가 발전하고 자동화될지라도 신기할 것이다. 사람은 사람이 하는 것에 큰 감동을 느낀다. 이런 판단 기준을 세우고 마케팅하는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걸 어떻게 ROAS로 계산하니~ 구매전환을 어떻게 책정하니~ 하는 문제는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