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감핀 pin insight Feb 23. 2022

아주 자세한 장기하 솔로앨범 공중부양 리뷰

인기라는 짐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음악으로 떠오르다

 내가 브런치에 컴백한 것처럼 장기하도 솔로로 컴백했다! 이 글도 앨범 발매 시간에 맞춰 22시 22분에 공개한다. 공중부양이라는 앨범 제목처럼 무게감을 잡아주는 베이스 없이 붕- 뜬 음악들로 앨범을 구성했다. 장기하 본인이 말하길 먼저 가사를 쓰고 보컬 녹음을 한 다음에 악기 세션을 추가했다고 하니 처음부터 이런 앨범을 생각했다기 보다는 만들고 나니 공중부양하는 듯한 앨범이 됐다고 볼 수 있겠다.


 장기하와 앨범들 앨범이 나오면 각 곡마다 어떤 코멘트를 했나~ 눈여겨 봤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꽤 있었는지 이번에는 장기하 본인이 코멘트를 직접 녹음해서 유튜브에 올려줬다. 해당 코멘트를 참고하여 내 개인적인 코멘트도 추가해본다.



뭘 잘못한 걸까요

 딱 듣자마자 들었던 느낌은 장기하와 얼굴들 5집 mono 마지막 곡, 별거 아니라고에서 이어지는 노래라는 것이었다. 밴드를 마무리하고 느꼈을 공허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잘못한 것은 없다. 잘못한 것이 있어도 백예린 노래 제목처럼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다.


얼마나 가겠어

 첫 곡이 마지막 밴드 앨범에서 이어지는 노래라면, 이 곡은 장기하 솔로 앨범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노래라고 느껴졌다.

 얼마나 가겠어- 하는 말이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그럼 언제 죽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따지면 너 미리 죽을래? 하면서 급발진하기도 한다. 티저 영상인 “너 이제 음악도 그만뒀는데 이제 뭐 할거냐?” 그래서 내가 그랬지.도 비슷한 맥락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분노를 예술로 승화한 예술이랄까요
부럽지가 않어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이자 뮤직비디오도 만든 곡. 장기하는 뮤직비디오에 을 사용한 전적이 꽤 있다. 그렇고 그런 사이와 내 사람이 그렇고, 좋다 말았네도 요리를 하는 손만 등장한다. 이유가 있을까?

  프랑스 영화감독 중에 로버트 브레송이란 거장이 있다. 이 영화감독은 장기하처럼 과장되는 스타일을 싫어했다. 이런 영화감독은 유독 손만 클로즈업한 장면을 영화에 많이 사용했다.

로버트 브레송 영화에서 손만 나온 장면 모음집

 로버트 브레송은 배우 연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를 싫어했다. 따라서 배우는 배제되고 감정은 나타낼 수 있는 손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하 뮤직비디오에서 장기하보다 장기하 음악이나 생각이 돋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라 볼 수 있다.

 

 아, 그리고 좌우 손이 따로 노는 것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부러운 마음과 부럽지 않고 싶은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중부양이라는 앨범 타이틀에 맞게 검은 화면에 붕 떠있는 것처럼 한 것도 발상이 좋다. 마지막에 나 잔다. 하는 심드렁함도 위트있고.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일본영화 안경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장기하 본인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라고 꼽은 적이 있다.


일본영화 안경 중 한 장면


 안경에서 체조를 하는 모습과 장기하가 겹쳐보인다. 타에코가 짐을 가져가지 않고 내려놓기로 한 것도 노래 주제와 잘 맞는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노래 제목과는 다르게 자이언티 어허 가사처럼 가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듯이 듣기만해도 어쩔 수 없는 못된 리듬으로 시작한다. 


자이언티 어허처럼 어쩔 수 없는 못된 리듬


 게다가 이 못된 리듬은 1분 30초나 계속된다. 산울림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보다는 짧지만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는 1분 30초도 꽤나 긴 시간이다.


주단을 까느라 전주가 3분인 곡

 이 긴 시간동안 캬만~ 있으면 되는데- 쟛~꾸만 뭘 그러케 할라 그래! 하는 마음이 생기는 현대인을 비추는 거울같은 노래다. (장기하 본인도 저 가사 한 줄만 쓰고 만 것처럼 말했지만 중간에 pause도 넣고 효과 줄 건 다 줬다)

 중간에 추임새로 들어가는 판소리는 이자람의 ‘심청가’에서도 ‘심청을 찾아나가다 물에 빠진 심봉사를 화주승이 구하는’ 대목이다. 장기하가 군대 있을 때 이자람의 CD를 주구장창 들었다는데, 군대라는 의무에 빠진 장기하에게 이자람은 화주승과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코로나 사태가 떠오르는 곡이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하는 타박과 아픈데 없이 이 놈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담겨있달까.




이 노래를 부르거나 들을 때면 그때 집에 가만 앉아 쳐다보던 맑은 하늘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그야말로 붕 뜬 채 흐르던 나날들이었다.

 이 코멘트처럼, 어쩌면 이번 앨범을 가장 잘 나타내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범커버도 맑은 날 저렇게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앨범을 만들었을 때, 출판 단지인 파주에 살았다고 하니, 책은 필수였을테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우산을 쓰고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장기하도 우산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여러모로 공중부양이란 개념에 꼭 맞는 앨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외계인이란 이름이 성공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