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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레옹이 Feb 25. 2024

에피 4. 잭러셀테리어 꼬리 이야기

반려견에게 제발 잠 좀 자라고 들려주는 '쫌' 동화 같은 이야기 51.

레옹2야, 목욕만 하고 나면 너는 왜 그렇게 꼬리에 집착하는 거니? 엉덩이 노려보며 골백번 빙빙 돌아봐라, 꼬리가 잡히나? 애꿎은 꼬리에 대고 으르렁 거리기까지 하는 꼬락서니라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지금 니 모습을 니가 직접 본다면 앞으로 뻔뻔하게 얼굴 들고 다니진 못할 게다. 혹시 내가 모르는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거니, 레옹2? 자, 그만하고 이리 와 앉아보렴. 오늘은 특별히 너희 잭러셀테리어의 꼬리 이야기를 들려줄게.


옛날 옛적에 멀리 잉글랜드라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토끼나 여우를 사냥하기 위해 잭러셀테리어를 키우기 시작했단다. 당시 작은 동물들은 주로 땅굴을 파고 살았기 때문에 신체조건이 땅굴 파기에 최적화된 사냥개가 필요했던 거지. 레옹2야, 거울을 한 번 보렴. 너의 유난히 튼실한 가슴 근육과 넓적한 앞발이 땅 파는데 얼마나 요긴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지 않니? 게다가 아래로 접힌 귀는 여기저기 튀는 흙이 귀에 들어가는 걸 막아주니 이 보다 더 완벽할 순 없었어. 그런데 문제는 너희 견종의 집요함을 넘어선 무모함이었지. 일단 사냥감을 보면 앞뒤 안 재고 지구 끝까지라도 땅을 파고 들어가다 보니 종종 땅굴 속에 꼼짝없이 갇히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그런 재난상황에 놓인 너희를 보다 손쉽게 구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릴 때 꼬리의 3분의 1을 잘라내기 시작한 거란다.(전에 내가 말했었지? 니 꼬리, 그립감 예술이라고.) 그렇다고 21세기 지금까지도 멀쩡한 꼬리를 잘라내는 ‘단미 풍습’이 이어지는 건 좀 아니다, 그치?(오해할까 봐 말해두는데, 니 꼬리 단미는 내가 한 짓이 결코 아니야.)


자, 여기까지가 너희 잭러셀테리어의 꼬리 이야기란다. 생각보다 시시하다고? 내 장담하지만, 도베르만 꼬리 이야기보다는 나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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