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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Jul 01. 2020

고객님의 고양이가 좋아하신다면

내가 속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에는 당연히도 리뷰를 쓰는 곳이 있다. 그리고 마케팅 활용에 동의해 더 큰 리워드를 부여하는 포토리뷰 이벤트는 참여율이 꽤나 높은 편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업무에 포함돼 있어서, 입사 후 꾸준히 지켜보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부터 재미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포토리뷰의 경향성이랄까, 바로 고객들의 반려동물이 함께 찍힌 이미지가 후기로 올라오는 것.

어디선가 이런 리뷰가 웃긴 이미지로 돌고 있는 것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동물들의 편의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내가 속한 회사의 상품들에도 이렇게 올라온다는 뜻밖의 사실은 발견할 때 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특히 고양이를 위한 물건이 아닌데도 자신을 위한 것으로 착각하는 듯 상품 위로 올라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그들의 멋지고 당당한 표정은 정말 인상적. 어쩌다 리뷰에서 이런 표정을 한 고양이를 발견하는 날은 그날 하루가 잘 풀릴거라는 근거없는 희망을 갖게 된다. 최근 이런 고양이 사진은 요즘 나에게 꽤나 막강한, 다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고객이 올려준 리뷰는 해당 상품 상세페이지에 차곡차곡 쌓이고 포토리뷰 이벤트 페이지에도 함께 노출된다. 나는 이 이벤트 페이지를 꾸준히 모니터링 하며 리뷰 속의 멋진 연출컷을 찾아 저장하고 있고 이렇게 마케팅 활용을 위한 폴더 외에도 고양이 전용 폴더를 따로 만들어 사진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무언가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나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우울한 순간이 종종 찾아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에겐 저장해 놓은 고양이 사진을 구경하는 취미가 생겨버린 것이다.

새로 터득한 고양이 사진 인내법-

일하면서 상당히 자주 찾아오는 이러한 순간을 극복할 뾰족한 방법은 지금껏 없었다. 그저 책상에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해결 방법을 찾다가 또 딴 생각을 하며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그 정도.

그러나 요즘은 최악의 기분에 한 차례 휩싸일 때면 리뷰 폴더 속, 일정 기간 후 지워버릴 그 이미지 속 고양이를 가만히 떠올린다. 비록 왜 하고 있는지 모를 일들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우리 회사의 상품을 어떤 고양이는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한 마리라도 고객님의 고양이가 좋아한다면 나의 일은 의미가 있고 내가 팔고 있는 물건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보고 계실까요. 리뷰이미지를 찍을 때 고양이를 함께 찍어 올려주는 분들 앞으로도 계속 올려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고객님의 고양이로 위안을 얻는 브랜드 관계자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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