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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Aug 27. 2021

한 달 넘게 옷을 사지 않았다

 제목 그대로 7월 초부터 한 달 반 이상 옷을 사지 않은 채로 지내보았다. 그렇지만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한 달 동안 옷을 사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한 달은 넘기고 보니, 엄청나게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줄 알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성취감을 느끼지도 못했고 옷장을 열 때마다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은 전과 똑같이 하고 있다.



 원래 나라는 사람이 옷을 많이 사는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한 달에 한 두개씩은 꼭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드 결제일이 끊기고 다시 시작되는 첫날이 될 때마다 습관적으로 장바구니를 비웠던 것이 지금까지의 루틴이라면 루틴. 나는 늘 정리중이고 입다가 마음에 안 드는 옷을 버리는 데엔 어려움이 없었으니까, 큰 죄책감 없이 관성적으로 옷을 샀던 것 같다.  



 이렇게 과거의 나는 '옷'을 볼 때 내 공간의 정리를 위해 개수를 관리하는 관점으로 봤다면,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지게 됐다. 내가 쉽게 사고 버리는 옷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또한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당분간 옷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로 달라진 이유는, 7월 초에 우연히 접한 다큐 때문이다. KBS 환경스페셜의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지금껏 5번은 보면서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다. 내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헌옷함에 버리는 옷들 중 국내에서 소화하는 물량은 5% 정도

기부, 빈티지 시장에서 일부 사용되며 나머지는 서아프리카 가나 등으로 떠넘기듯 수출된다. 거대한 옷더미를 받아든 그들 국가에서 소화하지 못한, 그리고 함께 섞여온 입지 못할 옷들이 자연으로 버려진다.   


2. 흰색 면 티셔츠를 만드는 데 드는 물의 양은 2700리터

2700L은 한 사람이 3년 동안 마시는 물의 양과 가깝다. 옷을 염색하는 등 옷을 만드는 데엔 많은 물이 필요하고, 때문에 의류 산업은 물을 오염시키는 주요 산업 중 하나.


3. 청바지 1개의 탄소 배출량은 33kg

청바지 1개가 만들어지며 생기는 탄소는 자동차로 111km를 갈 때 배출되는 양과 같다. 한 해 청바지는 약 40억 벌이 만들어지고 있다.


4. 합성섬유에 혼방되는 PE는 곧 페트병의 원료

이렇게 합성섬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옷은 세탁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한다. 폴리에스테르와 아크릴은 우리가 쉽게 접하고 있는 합성섬유.  


5. 값싼 옷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의 '환경 비용'

우리가 가볍게 사고 버리는 옷들은, 대량 또는 과잉생산되며 방글라데시 등 의류 생산국의 상대적으로 싼 노동력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했다는 점. 그들의 환경 또한 오염시켰기 때문에 원상태로 돌리기 힘든 비싼 환경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옷을 사고 싶은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시즌오프를 진행 중이고. 새로운 계절을 알리듯 신상품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오프라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다가올 가을을 위한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이 너무 자주 찾아온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는 빈티지 의류를 사거나, 새 옷의 사는 횟수를 크게 제한하는 식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까 싶다. 어떤 식으로 변화하든, 과거의 나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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