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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Dec 08. 2021

새 다이어리 없는 새해




 12월,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줄 새 노트를 사면서 다가올 일 년을 준비하는 일.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상이고 사회적으로 통용된 룰이며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어느샌가 새 다이어리를 사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많은 것들을 내다버렸지만 나에겐 아직 쓰지 못한 종이가 남아있고, 다 써서 처치해야 할 스케줄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2020년의 나는 역시 손으로 기록하는 일을 연초에 결심한 것보다 성실하게 해내지 못했다. 사실 너무나도 그럴 줄 알았지!



 쓰다 남은 노트로 시작하는 한 해는 산뜻함도 없고 신나는 기분도 들지 않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쓰던 것들, 그리고 차마 내다 버리지 못한 것들을 모아 나는 또 한 번의 종이 꾸러미 라인업을 만들게 되었다. 노트를 고르다보니 새로울 것 없지만 좀 더 친환경적인 연말을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해에 결심하는 일 대신 매 순간 결심하고 시도한다-는 거창한 나름의 이유도 만들어두었다.






 뮤지엄 에디션 노트


 여행 다녀왔던 뮤지엄에서 가져온 카탈로그 등으로 나름대로 표꾸를 했던 필기, 정리 노트다. 여행 계획을 쓰거나 주로 책에서 본 좋은 구절을 적어놓는 용도였다. 거의 3년을 쓴 것으로 기억하는 이 노트를 아직도 다 채웠다는 점에서 많은 반성을 했다. 시작일을 또 수정하고, 올해 생겼던 몇 개의 예쁜 스티커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먼슬리 스케줄러


 이 무인양품 스케줄 노트는 약 2년 6개월을 쓸 수 있는 먼슬리 페이지 분량을 가지고 있다.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 이상 2년 넘게 질리도록 써야 한다는 걸 뜻하는데, 사는 순간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덕분에 오래도록 쓸 것 같다. 표지엔 싫증 나지 않게 스티커들로 저 칸을 채우려고 한다. 정말 한결같은 취향이다.






 무지 노트로 만든 메모장


 몇 장 끄적인 흔적만 있는 무지 노트를 깨서 아이디어 메모장을 만들었다. 고정시킨 집게는 베이커리 카페의 포장과 함께 받았던 것. 저 집게도 온갖 이면지에, 종이들로 엄청 오래 쓰고 있다.





 데일리 투두리스트


 오롤리데이의 스케줄 패드로 먼슬리+위클리 구성의 떡제본 스타일 스케줄러였다. 문제는 위클리 부분을 쓰지 못한 게으름 덕분에 먼슬리만 낱장으로 뜯겨 나간 채 거의 대부분이 애매하게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일별로 잘라 아예 크기를 줄이고 리스트 메모지로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몇 년 간의 자잘한 기록이 남아있는 노트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다보니 내가 어떤 고민들을 했었는지를 새삼 볼 수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는 노력이라든지, 어떻게든 동선을 줄이려고 고심했던 여행 준비, 정리수업을 준비했던 내용 같은 것들. 때론 쓸데없던 일들이며 열과 성을 다해 노력했던 프로젝트들까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다가올 21년 또한 아주 다양하며 사소한 일들로 채워내겠지만 이 노트들까지도 제발 알차게 채웠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워두었다. 오늘부터 열심히 써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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