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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Jan 10. 2022

나를 고쳐쓰는 자세로- 22년부터 달라지는 것들


 '22년부터 달라지는 것들'



 연말이면 포털이든 SNS든 눈에 들어오는 콘텐츠로 비슷한 것 들을 읽게 될 때가 있다. 이런 nn년도 달라지는 것을 읽다보면 내가 속한 곳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거라는 낙관에 근거를 보태주지 않을까 기대감이 일기도 하지만, 크게 와닿는 것은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오히려 별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신기할 정도로 새로 시작하는 해에 대한 기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나는 한 달 전과 빼다 박은 패턴을 보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부터 벌여온 크고 작은 일들에 치이는 데다 새로운 운동은 이미 시작해서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은 한 달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런 때엔 유독 거슬리는 것도 많아진다.



 이 아쉽고 지치는 기분을 그대로 안고 새해를 맞는 대신 두고두고 미루던 것들을 시작하기로 했다. 동시에 하지 않을 것들을 만들어 내 시간을 가볍게 해보기로 했다. 새해부터 나는 11시 이후 카톡을 안 보는 사람, 안 읽은 메일의 개수가 없는 사람 등등 여러 타이틀을 얻게 될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라 누가 보면 크게 와닿지 않아도 어쨌든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정도라면 충분하다.



: 비밀번호 수집

 11월의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시작해 지난 연말엔 유독 지출이 많았다. 떨어져 사는 어른들이 대신 주문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들이라든가, 지인의 생일선물, 브리타 필터, 챙겨 먹을 비타민 같은 것들. 이렇게 무언가를 사야할 때나 로그인이 필요할 때 시간을 잡아먹는 어떤 과정들이 세트처럼 따라왔다. 짐작 가는 비밀번호를 넣어보기-틀렸다는 것을 확인하기-비밀번호 찾기-휴대폰번호로 인증하기-비밀번호를 다시 만들기-로그인하기 등을 거치다 보면 내가 이 때문에 버리는 시간들에 대해 저절로 생각해보게 된다. 올해는 꼭 비밀번호를 찾았으면 리스트업을 해두기로 했다.  



: 메일함 정리

 폰의 홈 화면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을 찜찜하게 만드는 받은 편지함의 안 읽은 메일 개수. 틈틈이 메일함을 들여다보고 수신거부를 누르면서 숫자를 줄였지만 22년엔 아예 털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메일 1개를 보내는데 4g의 탄소가 발생된다는 친환경적인 명분을 대보기도 했지만, 그저 마음이 무겁다는 단순한 이유가 절대적이다. 



: 11시 이후 스마트폰 멀리하기

 늦은 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의 수면이나 멘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밤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하게 되는 일은 예쁜 것들을 보며 유혹에 빠지기, 혹은 영상을 보며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치기 다른 사람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며 굳이 알 필요 없는 일들을 알아버리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12월 마지막주 부터는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고,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저녁마다 신용카드 승인내역을 열어 쓴 것들을 적어둔다. 역시 많아진 지출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결제가 많아졌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내역으로 결제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은 절대 가계부를 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충분히 써나갈 것 같은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다. 역시 사람은 변하고, 나에 대한 판단이나 확신은 조금 옅은 상태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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