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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Feb 08. 2022

회피하지 않고 맞설 방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 이번 연초는 새로 시도해 본 일들에 따라온 이런저런 피드백, 그것도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라 줄곧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스스로를 잘 챙기며 한 해를 시작해도 모자랄 판에 배민과 쿠팡이츠를 들락거리며 자극적인 메뉴들로 끼니를 채웠다. 유독 설거지를 미뤘고, 쓰레기 내놓기가 귀찮았고, 거울엔 먼지가 앉아있었다. 이 회피의 고리를 끊고 나쁜 기분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쇼핑이나 술을 마시는 대신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정리를 하고 다음 달의 계획을 세우는 편이 나았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다.



 실제로 이런 연구결과가 있다.


1. 너저분한 분위기를 마주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고 코르티솔 수치 상승은 만성적인 인지 기능 장애, 피로,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2.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정리가 안 된 주방에선 깨끗한 주방에 있는 사람들보다 단 음식을 두 배 이상 먹는다.



 매번 느끼는 것 중 하나지만 정리하기 가장 적당한 타이밍 같은 것은 없었다. 흔히 떠올리는 연말이나 연초, 혹은 새 계절이 올 때도 좋지만 동기부여가 조금 잘 될 뿐. 또한 조급하지 않고, 고요한 마음으로 집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면 방을 제때 치우고 착실하게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험상 그런 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집에 누워있으면 몸이 편할지라도 도무지 마음에 편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이 피어올랐던 것이다. 어수선한 방 정리를 늦춘 것처럼, 모든 일에 회피하고 싶어지는 게 더욱 문제였다.


 방에 혼자 있을 때 부정적인 생각을 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내적 질문을 던져보고 내린 나름의 결론은 역시나 몸을 움직여 주변 정리를 하는 것.



 특히나 이번에 맞이한 '다 싫고 귀찮은 시점'에서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방법이 있다. 실은 요즘 잘하고 있는 일도 많다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가계부를 비롯해 꾸준히 스케줄러를 쓰고 있고, 두 달째 댄스 수업을 빠짐없이 나가며 운동을 하고 있고, 등산도 했고, 어쨌든 시도를 했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 들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1월부터 저 호랑이를 마주했으니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 자신을 내일로, 2월로 이끌었던 것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들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자잘한 성취를 거둘 수 있는 장치를 가능한 많이 심어두는 것으로 한 해의 계획을 대신하기로 했다.



*앞서 이야기한 연구결과는 각각 09년, 16년 코넬대학교 연구팀에서 발표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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