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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Pina Sep 21. 2023

이렇게 많고 많은 일들에 서성거리다간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이제 나의 카톡창엔 아무런 단톡방도 남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단톡방은 정보를 얻기 위해 생각 없이 들어 갔던 오픈채팅방을 말한다. 사실 이렇다 모임에 소속된 것도 아니라서 3인 이상이 모인 톡방도 업무와 관련된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덕분에 나는 온오프를 불문하고 여러 사람이 말을 하는 상황엔 좀처럼 속하지 않게 되었다. 다인원이 모였을 때 크게 말을 더하지 않는 성격이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끊임없이 말을 던지는 듯한 번잡스러움이 덜어지기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단절된 듯한 기분도 느끼면서 그럭저럭 잘 지내오고 있다. 이참에 5개를 넘게 받아보던 뉴스레터도 2개만 남기고 취소했다.



 실은 얼마 전부터, 나에게 던져지는 인풋이 너무 많은 게 아닐까 느끼는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다. 무엇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나는 특정 정보나, 관심을 끌 만한 것, 좋아보이는 것들에 끊임없이 주의를 빼앗기고 있었다. 때문에 업무 시간이나 차분히 글을 쓰는 집중해야 할 시간에도 내 의식의 흐름은 자꾸만 다른 곳을 향해 닿는다.



 잠깐 딴짓하는 사이 광고에서 발견한 앱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가 뉴스레터에서 본, 동네에서 열린다는 어떤 브랜드 팝업을 가볼까 마음이 기울기도 한다. 멈추지 않고 이내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으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재빠르게 옮겨간다. 하루 중 약간의 시간만 이런 상태라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되돌아보면 하루 동안 무엇 하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 데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마음을 빼앗기는 동안의 시간만 허비하고 말았다. 심지어 그조차 아주 쉽게 잊어버리기도. 아무리 좋은 인풋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라면 좋겠지만 결국 내게 남은 건 무언가를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 정도랄까.



 한편 나는 정적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않는 요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유튜브 속 영상을 보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실은 챙겨 보기로 마음먹은 프로그램 때문에 OTT도 한 달 결제하려는 참이다. 밥을 먹을 때도, 설거지할 때도, 심지어 씻을 때도 영상 틀어 놓는 사람이 되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일을 할 때는 꼭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여야 하고(이 글을 쓰면서도 빠른 비트의 케이팝을 듣고 있다). 무언가 집중해야 할 타이밍이 오면 가장 먼저 함께 들을 음악을 고르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불안감이 찾아오면 잊기 위해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켰는데, 덕분에 집중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다. 스크린타임은 대체 어떻게 줄여야 하는걸까.





 난 원래 10개를 생각하고 1개를 해낼 시간에, 5개를 결심하더라도 2,3개를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비록 마음만큼 잘 되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시작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해보고 수정하고, 방향이 맞다면 최대한 유지해 보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 그런데 지금의 나는 뭐랄까, 진중하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대신 많은 시간을 끊임없이 인풋을 서성거리고, 구경하며 보낸다. 뭘 하나 해보자 싶을 때 시작하는데 드는 시간 그리고 딴짓하는 시간까지 덕지덕지 붙어버렸다.



 이미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걸까. 그저 세상과 단절만 시도한 채 유튜브를 떠도는 주의력 없는 사람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톡방을 나와버린 기세는 좋았으나, 이대로 사람들과의 교류는 없이 조금씩 뒤쳐지고 있는 사람. 곧 후회하게 될지, 그렇다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아직 확신은 없다. 그래도 지금은 밀고 나가고 싶다.



 그러니까, 이 글은 스크린타임을 줄이고 싶다는 마음을 굉장히 길게 풀어써놓은 거라 볼 수 있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들을 아주 많이 하면서 재미있는는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내게 주어진 일을 담백하게 해나가야겠다는 다짐. 그래야지 뭐 방법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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