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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뇽 레몬 블랑 하이볼, 안성재의 입맛은?

위스키가 아닌 와인으로 만든 하이볼, GS25 신상 하이볼의 브랜드 전략

by PINCH

PINCH.POINT

이거 엄청 맛있다던데 세일해서 사 왔어! 안성재 하이볼이래!
퇴근길에 집 앞 편의점과 와인샵을 참새방앗간 드나들듯 하는 남편의 기대에 찬 한마디에 고개를 휙 돌렸다. 이번엔 또 뭐길래 술을 사 온 거냐? 하는 눈빛으로 유심히 쳐다본 것이 소비뇽 레몬 블랑과의 첫 만남이다.


패키지부터 남다른 자신감

어? 예쁘다..

편의점에서 아무리 하이볼을 많이 출시하고 대세라고 할지라도, 하이볼은 그냥 집에 있는 위스키와 탄산수로 만들면 되는 것을 왜 굳이 저걸 사 먹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지금까지 내가 본 편의점 하이볼은 대부분 일본어 같은 한자로 무엇인가 적혀있거나, 콜라보레이션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디자인이었다. 뭔가 술 같지도 않고 음료수 같지도 않은 애매한 포지션으로 느껴져서 웬만하면 구매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편이 신상이라며 들고 온 이 제품은 꽤나 세련된 패키지를 자랑한다.

'안성재가 극찬한 하이볼'이라는 꽤나 자극적인 수식어를 달고,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영국의 비주얼 아티스트)의 레몬 그림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노란 레몬 두 개를 큼직하게 배치했다. 이름은 무심한 세리프체의 영문으로만 적혀 있었다.

식품 패키지 디자인 규정을 지키면서도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맛에 대한 자신감과 임원진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패키지부터 남다른 이 제품, 맛이 없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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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데이비드 슈리글리, When Life Gives You A Lemon (우)소비뇽 레몬 블랑 하이볼 패키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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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일반적인 하이볼 패키지 디자인들


와인을 하이볼로? 편견을 깨는 맛

한 모금, 아니 세 모금.. 마시다 보니… 3캔을 순식간에 비웠다.

화이트 와인 소비뇽 블랑의 향이 입안을 감싸고, 혀끝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단맛과 청량하게 차오르는 탄산감이 인상적이다. 내가 아는 위스키 하이볼 맛과는 전혀 다른 결. 탄산 와인 같으면서도,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나는 너무 단 술은 즐기지 않는다. 쌉싸래함과 향긋함, 그리고 기분 좋은 은은한 단맛이 있는 술을 좋아한다. 이건 음료수 대신 마실 수도 있을 만큼 부담이 없다. 화이트 와인의 향과 맥주의 청량감을 동시에 느끼고 싶을 때, 좋은 선택이다.

KakaoTalk_20250813_231808832.jpg 진짜 레몬 슬라이스가 들어있다. 덕분에 소비뇽 블랑의 향긋함이 배가 되는 기분.

39.9% 점유율, 하이볼 전성시대

2025년 상반기 기준 A편의점에서 하이볼 매출 비중은 39.9%로, 위스키(34.1%)와 와인(26%)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젊은 세대의 ‘가볍고 감각적인 음주’ 트렌드 속에서 하이볼은 무알코올 맥주를 제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가 됐다. 각 편의점이 경쟁적으로 PB 상품을 출시하며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style_65b0c464d7586-1920x1080.jpg 일본 위스키 브랜드(산토리)를 활용한 하이볼, 다양한 콜라보 하이볼들. 그야말로 하이볼의 홍수다


와인 함량 34.5%, 새로운 기준

RTD(Ready-to-Drink) 하이볼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비뇽 레몬 블랑 하이볼은 기존 위스키 하이볼의 공식을 깨고 와인의 향미를 전면에 내세웠다. 과거에도 와인 하이볼 제품이 있었지만, 이 제품은 소비뇽 블랑이라는 품종명과 높은 와인 함량(34.5%)을 내세운 점에서 차별화된다. 단가 문제로 출시를 망설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원료 비중이 높다. 그러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권위와 맛의 만남, 안성재 셰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마케팅 메시지에서도 드러난다.

흑백 요리사 이후 가장 높은 주가를 달리는 쓰리스타 셰프, 안성재의 극찬과 유튜브 소개, 그리고 공식 모델 발탁까지. 개발 단계부터 그의 평가를 반영했다는 설정은 전략적인 장치겠지만, 그만큼 제품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지금 국내에서 맛의 권위를 논할 때 가장 설득력 있는 이름과의 조합이다. 수출까지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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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가 뭔가 안성재의 전문적이고 깔끔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포스터 디자인은 흠..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브랜딩의 교과서

시장전략, 포지셔닝, 네이밍, 로고, 패키징, 마케팅까지 GS25와 스퀴즈맥주가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라는 것이 느껴진다. 하이볼 유행의 정점에서 위스키가 아닌 와인으로,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소비뇽 블랑’이라는 품종명을 강조하며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여기에 마치 '상큼함과 청량함의 밸런스가 매우 타이트할 것만 같은' 안성재라는 인물까지 더했다.

브랜딩은 로고와 패키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장분석, 포지셔닝, 네이밍, 디자인, 마케팅이 하나로 맞물려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연결될 때, 비로소 브랜딩은 빛을 발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낸다.


와인의 감성을 담은 하이볼, 소비뇽 레몬 블랑의 브랜드 전략

소비뇽 레몬 블랑 하이볼의 제품 브랜딩 핵심은 “와인의 감성과 맛을 담은 하이볼”이다. 단순히 새로운 플레이버를 출시한 것이 아니라, 와인이라는 카테고리의 프리미엄성과 하이볼의 대중성을 절묘하게 결합해, 기존 RTD 하이볼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했다.

차별화된 원료 –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높은 와인 함량(34.5%)

세련된 패키지 – 미니멀한 디자인과 시선을 사로잡는 레몬 그래픽

권위 있는 인물과의 협업 – 셰프 안성재의 평가와 모델 선정을 통한 신뢰도 강화

시장 타이밍 – 하이볼 유행의 정점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

시장 상황과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소비뇽 레몬 블랑 하이볼은 RTD 하이볼 시장에서 차별화된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었다. 브랜딩은 결국 소비자 머릿속에 단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를 심는 일인데, 이 제품은 그 지점을 정확히 찔렀다. 맛과 감각, 신뢰를 동시에 잡은 이 전략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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