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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킹의 와인무, 이런 것도 무?

브랜딩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 와인무의 자산과 고객 경험 개선 포인트 제안

by PINCH

PINCH.POINT

와인킹의 첫 정식매장 '와인무'를 브랜딩 전문가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다
와인킹의 정식매장 '와인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와인무 = 와인무료시음 + 와인무대면시음 + 와인무료입장 + 와인무료배송"

와인킹의 구독자로서, 팝업 경험의 팬으로서, 그리고 와인을 좋아하는 브랜드 기획자로서, 단순 방문 후기라기 보다는 좋은 자산을 가진 브랜드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진솔한 분석을 해보려 한다.


기대감 높여준 브랜드 자산

지난 7월, 와인킹의 정식매장 오픈 소식에 그동안의 팝업 경험을 모아 가상 브랜딩을 해보았다.

지난 글 참고: 와인킹 정식매장, 오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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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킹 인스타그램 와인무(좌), 와인무 현장 사진(우)

9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베타테스트를 위해 8월 한 달간 가오픈한다는 소식에 평일 시간을 내 방문했다.

두근두근 기대를 안고 방문해서 호기롭게 회원 인증을 하니, 회원번호를 보고 "코엑스 때부터 와주신 분"이라고 직원분이 알아봐주셨다.

이미 여기서 와인킹의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드러난다. 다년간 축적된 고객 데이터와 팬덤, 관계 자산, 그리고 이를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는 직원들의 마인드. 이런 것들이 진짜 브랜드의 힘이다.


1. 애매한 푸드 페어링, 애매한 브랜드 전략

"배달음식 대환영, 음식은 밖에서 가져오세요"

우리가 기대했던 건 늦은 점심을 때울 만한 잔 와인과 어울리는 안줏거리들이었다. 하지만 팝업 때와 달리 음식의 규모가 확연히 작아져 있었다. 대신 같은 층 파이브가이즈 등에서 테이크아웃하거나 배달을 시켜 먹으라고 적극 권장한다.


팝업과 정식매장의 차이점을 간과한 브랜드 전략

팝업은 한정된 기간 동안의 '이벤트'였다면, 정식매장은 지속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조리시설, 전담 직원, 공간 할애,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의 음식 서비스가 한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정쩡하게 제공하느니 아예 명확한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브랜드에 더 유리하다.

개선 제안:

음식을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 와인 전문 공간'으로 포지셔닝

또는 와인킹이 큐레이션할 수 있는 치즈/샤퀴테리 패키지 상품으로 대체

외부 음식 반입을 더 체계적으로 안내하는 가이드라인 제공(주변 맛집 추천과 와인 페어링 팁 등)



2. 무료 시음의 딜레마: 레벨 퀘스트에 막힌 무료시음

무대면(비대면) 무료시음 경험을 위해, 와인 머신을 도입했다.

그런데 레벨에 따라서 시음 가능한 와인의 금액대가 정해져있다. 레벨1: 1만원대, 레벨2: 2만원대..

원하는 와인은 2만3천 원이라 시음 불가. 레벨을 높이려면 와인을 일정금액 이상 구매해야 한다. 결국 ‘무료시음 같지만 무료시음 아닌’ 경험이 됐다. 시음도 술인지라 신중히 골라서 사고 싶어지는 와인만 시음하는 편인데, 레벨이 낮아서 못한다니... 왕찰 살테니 원하는 걸 시음하게 해달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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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구매해야 포도알이 늘어난다. 문제는 포도알이 있어도 레벨이 낮으면 높은 가격대는 시음을 못한다.
KakaoTalk_20250828_175355252_21.jpg 무대면 시음을 위해 대면으로 사용법을 설명듣고 있는 아이러니

"무료시음"이라는 브랜드 약속과 실제 경험의 간극

와인무가 핵심 차별화 요소로 잡은 것은 '무료시음'이다. 하지만 무료시음을 무제한 제공하기에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런 레벨 퀘스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와인 구매는 없이 무료 시음만을 탐하는 고객들 때문. 실제로 그냥 시음으로만 한병씩 마시고, 한병도 구매하지 않는 손님들이 있었다고 한다.

브랜드 약속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구매 잠재력이 있는 진짜 고객을 잡는 방안이 필요하다.


개선 제안:

타겟 고객 재정의: 무료시음 헌터가 아닌, 신중한 와인 구매자(실구매를 위한 시음 고객)을 위한 서비스 경험 설계

포도알 시스템 활용: 가격대별 시음 제한을 두기 위해 포도알 시스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일정 금액 충전 시 포도알 지금, 시음 가격에 따라 포도알 차등 차감)

레벨 시스템의 단순화: 시음 3회, 00병 구매 등 퀘스트가 아닌 단순 등급에 따른 혜택


3. 고객 경험을 망치는 디테일

배고파져서 잔 와인(4천원~9천원대, 용량 대비 다소 비쌈)과 함께 외부 음식을 사왔지만 부족해서 매장 음식을 찾아봤다. 음식 코너는 협소했고, 담당 직원은 계속 폰만 만지작거리며 와인킹 직원이라기보다는 협업매장 파견 알바 같았다.

15,000원짜리 문어숙회를 주문했는데, 손바닥만 한 크기에 이가 시릴 정도로 얼어있었다. 그냥 얼린 문어를 대충 해동해서 썩 좋지 않은 올리브유와 치즈를 갈아 올린 딱 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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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한 푸드 존과 차디찬 냉동 문어

하나의 나쁜 경험이 전체 브랜드 경험을 망친다

아무리 좋은 와인과 전문가 서비스를 제공해도, 15,000원짜리 얼린 문어 한 접시가 고객의 전체 경험을 망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경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약한 고리가 전체 사슬을 망친다"

특히 음식은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고객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수준으로 음식을 제공할 바에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브랜드에 더 유리하다.


4. 대면 시음과 와인킹의 시음노트, 와인무의 진짜 자산

기계 시음 말고 대면 시음에서는 여전히 팝업 당시처럼 열정적인 수입사 직원들이 와인을 설명해주고, 포도알과 관계없이 무료로 시음할 수 있었다. 구입 원할 때 바로 주변에서 와인을 꺼내주는 것도 더 편해졌다.

이것이 바로 와인킹의 핵심 경쟁력이다.

다른 와인샵에서는 찾기 어려운 전문가의 열정적인 설명과 즉석 구매 연결. 이 경험을 더욱 부각시키고 체계화한다면 충분히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정성스럽게 기록된 와인킹의 시음노트는 다른 와인샵이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자산이다.

KakaoTalk_20250828_175355252_04.jpg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대면 시음 공간. 집기 한쪽 부분을 대면 시음 공간으로 마련했다.
KakaoTalk_20250828_175355252_15.jpg 와인킹의 섬세한 와인 시음노트. 이것만 잘 보이도록 정리해도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와인무가 가진 자산과 과제

강력한 브랜드 자산

다년간의 팝업 경험과 고객 데이터

전문적인 와인 큐레이션 능력

정성스러운 시음노트 (어떤 와인샵도 따라할 수 없는 차별점)

여전히 편안하고 다가가기 쉬운 공간 분위기, 친절한 직원

열정적인 전문가의 대면 시음 서비스

유튜버 와인킹 팬덤과 마케팅 파급력

개선이 필요한 지점

브랜드 아이덴티티 명확화: 와인무의 세가지 키워드(무료시음, 무대면, 무료배송)이상의, 브랜드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브랜드 핵심 요소 구체화

애매한 푸드 존, 확실한 포지셔닝 필요

레벨 퀘스트로 복잡한 무대면 시음 경험, 핵심 타겟 니즈 파악 필요

디테일의 힘, 직원 응대 방식, 음식의 맛, 공간 구성까지 브랜드 일관성 필요



좋은 소스, 아쉬운 조리법

모두를 만족시키는 브랜드는 어느 누구에게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와인무는 이미 충분히 좋은 소스를 가지고 있다. 다년간의 팝업 경험, 와인킹의 큐레이션 능력, 마케팅 효과,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적인 직원들.

하지만 부족한 건 일관된 브랜드 경험 설계다.

좋은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놓여있는 휴지 하나, 쓰레기통 하나까지 계산해야 한다. 배치, 디자인, 사용성 모든 측면에서 "이게 우리 브랜드와 맞는가?"를 끊임없이 검토해야 한다.

와인무의 명확한 타겟 정의와 특색 있는 브랜딩, 아직 충분히 개선할 시간이 있다. 와인킹님과 직원들의 열정이면 분명히 빠른 시일 내에 답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와인을 좋아하고 와인 리테일 브랜드 경험도 있는 브랜딩 전문가와 함께 답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PINCH. Director S

Director S는 냉정한 분석과 섬세한 감각으로 변화의 흐름 속 기회를 포착하고,
아이디어를 실행력 있는 전략으로 체계화하는 로드맵 메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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